선발투수가 1군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투수라면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팀은 3연패라 연패를 꼭 끊어야할 상황. SK는 3일 잠실 두산전에 여건욱(27)을 선발로 올렸다. 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하고 2009년 SK에 입단한 여건욱은 그해 2경기, 1⅔이닝을 피칭한 것이 유일한 1군 경험이었다. 사실상 신인이나 마찬가지. 경찰청에서 뛴 뒤 올시즌 복귀해 치열한 경쟁을뚫고 SK의 선발진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5선발이지만 윤희상의 늦은 복귀로 4번째 선발로 두산전에 등판하게 됐다.
1회는 너무나 불안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너무났다. 1번 이종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등 3번 김현수까지 연속 볼넷 3개를 내주며 무사 만루를 맞았다. 김동주에게 3루수앞 땅볼, 홍성흔을 1루수앞 병살타로 실점을 하지 않으며 본 궤도에 올랐다. 여건욱은 "직구 제구가 안돼서 힘들었는데 포수인 조인성 선배가 직구대신 슬라이더로 패턴을 바꿔서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1회를 회상. 이후에도 볼넷을 3개 내줬지만 여유있는 피칭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었다.
SK의 2군에 있을 때만해도 대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이 감독은 "예전에는 던질 때 테이크 백 동작이 너무 컸다. 그러다보니 제구도 잘 안되고 구위도 뛰어나지 않았다"고 예전의 여건욱을 회상했다. 2011년 경찰에 입대하면서 그의 야구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경찰에서 돌아와서 보니 테이크백이 작아졌다. 그러다보니 구위도 좋아졌고, 제구도 잘됐다"고 했다. 구종도 추가했다. 입대전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졌던 여건욱은 경찰에서 커브와 체인지업을 배웠다. 그리고 제대후 SK로 돌아와 완성했다. 여건욱은 "커브는 김원형 코치님게 배웠고, 체인지업은 조웅천 코치님께 배웠다"면서 "첫 승을 한 지금 두 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팀이 연패중이었지만 '내가 연패를 끊겠다'는 생갭다는 최소한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다"는 여건욱은 "앞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꼭 되고 싶다"고 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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