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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막내 권희동 "야구 잘해서 손연재 만나고 싶어"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3-18 18:19 | 최종수정 2013-03-22 06:40


프로야구가 9구단 체제로 새 출발한다. 지난 2011년 창단한 NC 다이노스가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어느새 1군 무대에 데뷔한다. 겁 없는 막내 구단 NC는 시범경기에서 좌충우돌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NC 역시 힘차게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특히 타선의 '신구조화'가 돋보인다. 이중 중심타선은 모창민-이호준-권희동으로 짜여졌다. SK에서 특별지명으로 넘어온 모창민과 FA(자유계약선수)로 3년 계약한 이호준(37)의 이름은 익숙하다. 하지만 권희동은 낯설다. 2013시즌 처음 데뷔하는 '신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갓 입단한 신인으로 당당히 주전 좌익수를 꿰찬 권희동(23), 막내 구단의 '진짜' 막내다. 경주고를 거쳐 NC의 연고지인 창원에 위치한 경남대를 졸업하고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팀의 주장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이호준은 프로 20년차로 팀내 최고참이다.

NC 타선의 중심을 이루는 최고참과 막내의 서로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내내 이호준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중한 조언을 해준 반면, 권희동은 대선배 앞에서 '각 잡힌' 자세를 유지했다.


정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첫 인상은?

이호준(이하 이)=희동아, 사실대로 말해라. 진실되게, 알았지?

권희동(이하 권)=네, 선배님. 사실 좀 무서웠습니다. 올해 프로 20년차시고 하니까요. 이렇게 선배님들과 나이 차이 많은 데서는 처음 운동해봅니다. 그래도 다가가기 어려운데 선배님이 후배들한테 워낙 잘 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잘 모르는 후배들은 무서워하는 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내다 보면 올라타는 후배들도 있고 그래. 난 희동이 네가 매스컴에 크게 주목받고 입단한 게 아니라 잘 몰랐다. 권희동이란 선수가 이렇게 야구 잘 하는 앤지 몰랐지. 캠프 때 좋은 걸 많이 발견했다.

독특한 타격폼, 대단해~

이=희동아, 네가 칠 때 형이 눈여겨본 것 아냐? 특이한 폼인데 그 자세에 장점이 많이 있더라. 나도 배울 건 배워야지. 잘 치는 선수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난 널 보고 '굉장히 잘 하겠다', '한 자리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보면 신인왕도 탈 수 있을 것 같다. 요새 수비도 많이 늘었지?

권=아직 멀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권희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폼이 약간 (박)재홍이형하고 박정태 코치님을 섞어 놓은 것 같아. 몸을 숙이고 치는 폼에 배트를 쥔 양손을 좀 떨어뜨려놓고. 무엇보다 왼쪽 어깨가 안 빠지는 게 좋더라. 보통 너처럼 숙이고 치면 타격할 때 몸이 일어나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거든. 근데 희동이 넌 왼쪽 어깨가 빠지지 않으면서도 잘 빠져 나온다. 변화구가 와도 흔들리지 않아.

권=전 선배님이 밀어치시는 걸 볼 때마다 놀랍니다. 센터나 라이트 방향으로 잘 치시잖아요. 배트가 나오는 각도부터 손목 쓰는 것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야, 그건 힘이 없어서 당겨쳐도 센터로 가는거야(웃음). 희동이 넌 10번 치면 중심에 8,9번 맞더라. 몸쪽 변화구도 여지 없이 치던데? 보통 신인들이 떨어지는 변화구에 '훅' 간다. 근데 넌 그런 컨택도 할 줄 알고. 대단하다 희동아.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넥센의 경기에서 NC 이호준이 6회말 1사 3루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전준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09/
선배님 조언, '꿍'하지 않을게요

권=선배님 덕분에 많이 고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삼진 먹거나 실책이 나왔을 때, 특히 못 쳤을 때. '꿍'하게 있으려고 안 하는거요. '미안합니다'하고 다음 걸 생각할 수 있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표정에서 티가 안 나게 하려고요.

이=그건 연기를 해야 돼(웃음). 농담이고. 사실 자기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도 자기 것만 하는 애들이 있어. 옛날엔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했다. 미웠어. 하지만 그게 영리한거야. 마음 약하면 한 번 못한 게 시즌 내내 간다. 하루 이틀 삼일 지나다 한 시즌이 끝나. 그러고 후회하면 뭐하냐. 뚝 떨어진다. 다시 올리기 정말 힘들어. 올라간 걸 유지해야지. 알겠지? 얼굴에 딱 철판 깔고. 이기적인 면도 조금은 필요해. '대선수'랑 조금 하는 선수랑 차이점이랄까.

권=(머쓱하게 웃으며)네 선배님.

이=난 그런걸 보면서 연구를 많이 한다. '쟤는 왜 야구를 잘 할까', '어떤 성격을 갖고 있나' 이런 식이지. 재밌는 게 많이 나온다.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후배들한테도 얘기를 많이 해주지. 희동이 너도 다 좋은데, 가끔 가다 축 처져있거나 하더라. 그래서 몇 번 내가 '어제 뭔 일 있었냐'고 물은거야.

야구장 밖에서, 안 노니?

이=근데 희동아, 너는 노는 건 안 좋아하냐?

권=(당황하면서)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생긴 걸 보면 못되게 생겨 갖고, 너 하는 걸 보면 죽을 때까지 사고 한 번 안 칠 것 같다(웃음). 솔직히 난 후배들이 자꾸 눈을 뜨게 해주려고 채찍질을 많이 하는데 우리팀 후배들은 너무 착한 것 같아. 술먹고 나오는 선수도 한 명도 없고, 아침에 늦게 나오는 애들도 하나 없고. 기껏 시간 나면 스마트폰 게임이나 하고, 내가 그런 쪽에서 뭐라고 얘기해줄 게 없어. 희동이는 그중에서도 모범생이지.

권=사실 대학교 1,2학년 땐 많이 놀았습니다. 그래도 3학년 때부터는 좀 덜 놀고 운동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이=순둥이야 순둥이. 희동아, 넌 경주가 나은 최고의 스타가 될 거다(권희동은 경주 토박이다). 불국사에 플래카드 걸어야 되는 것 아니냐. '신라의 달밤, 둘리 권희동!'이라고.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넥센의 경기. NC 권희동이 파울타구를 날리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09/
야구가 재밌어요

권=사실 입단할 때 '오른손 대타' 딱 그 정도만 목표로 잡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기회가 올 지 몰랐습니다. 하루하루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야구장 막 빨리 나오고 싶고.

이=정말 빨리 나오고 싶지? 야구가 잘 되면, 정말 그렇다.

권=네. 더 빨리 나오고 싶습니다. 빨리 연습하고 싶고, 시합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이=사실 희동이 너처럼 하위 라운드에 지명되거나 신고선수로 들어온 애들이 성공한 케이스를 보면, 대체적으로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들어온 애들보다 2~3배로 운동하잖아. 아마추어 때 날렸는데 프로 와서 조용히 사라지는 애들이 많은 이유다. 너처럼 숨어있던 자질이 연습하면서 나타나고, 야구가 재밌다는 걸 느낀다니까. 진짜 자기 모습이 나오는 거지. 몰랐던 걸 알아가니까 야구가 재밌지? 우리 희동이는 그런 것 같다.

닮고 싶은 선배

권=선배님께 정말 닮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것부터 해서 선배님 성격을 닮고 싶어요.

이=뭐? 고작 말 밖에 없냐.

권=(손사래를 치며)아니에요. 정말 '쿨'하신 것 같습니다. 뒤끝이 없으시잖아요. 보통 선배님들 중에서도 후배들한테 뭐라 하고 그걸 계속 가져가는 분이 계신데, 선배님은 딱 거기서 끝나시니까요. 그런 게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계속 흘겨 보면서)그렇게 좋으면서, 캠프 때 방에 한 번도 안 놀러왔냐?

권=사실 후배들이 선배님 엄청 좋아합니다.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이=나도 그런 선배님이 있었어. 다 대물림되는 것 같다. SK에서 김기태 감독님(LG)과 룸메이트 2년 하면서 선수들 이끄는 걸 보고 놀랐다. 사실 그때 신생팀이라 여러군데서 모여서 그런지 하나로 뭉치는 게 어려웠거든. 근데 단시간에 그걸 잡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배울 게 많다고 느꼈다. 김기태 감독님이 그랬지, 뭐라고 할 땐 뭐라 해도 다음 날 싹 잊고. 나중에 크면 그런 선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새도 아침 일찍 운동 시작하면, 알람을 10개씩 맞춰놓는다. 후배들도 있는데 내가 늦으면 안되니까. 나이 먹고 흐트러지면 오히려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후배야, 목표를 가져라

이=(뜬금 없이)희동아, 넌 야구 잘 해서 연예인 누구를 만나고 싶다 이런 목표 없냐?

권=아뇨 없습니다. (잠시 고민하더니)연예인은 없는데, 체조선수 손연재가….

이=(눈이 휘둥그레 지며)그런 스타일 좋아하냐? 몰랐네. 아니 근데 미성년자를!

권=아, 딴 건 아니고 그냥 보고 싶습니다.

이=형이 왜 물어봤냐면, 난 예전에 우리 애 분유 때문에 야구에 눈을 떴다. 첫 애 낳고서 분유는 원액으로 된 게 좋다는 얘길 듣고, 와이프한테 말했더니 집사람이 한숨만 쉬더라. '여보, 우리 형편엔 택도 없어'라면서. 양은 5분의 1인데 값은 10배래. 그때 '부모가 그거 하나 못 사먹이나'라고 충격 먹었다. 그해 캠프 때 강 혁, 김경기 코치님, 김기태 코치님이랑 1루수 경쟁을 했는데 선배들 10개 칠 때 난 20개 치고. 두 박스 티배팅 하면 난 네 박스 치고 그랬어. 남들보다 딱 두 배씩 하니까 되더라. 희동이 너 마냥, 그땐 맞으면 홈런이었어. 한 번 신이 나니까 그걸 타고 쭉 갔지. 우리 아들이 2002년에 태어났는데 성적을 보면 2002년부터 2005년까지가 제일 좋을거야. 그래서 농담으로 연예인 얘기한 거다. 목표가 있는 게 좋은 거다. 최고가 되서 손연재도 만나라.(웃음)

마산구장 인터뷰실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호준(왼쪽)과 권희동. 사진제공=NC다이노스
선배님, 궁금합니다!

권=선배님,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이=(잠시 고민하더니)체력관리라…. 사실 프로 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사람이 살면서 술도 한 잔 마실 수 있지만, 난 염증이 생길까봐 혹시 술을 먹게 되면 다음날 소염제를 찾는다. 여기까지 오니까 그 정도로 하게 됐어. 사실 FA 첫 해에 큰 수술을 받으니까 옛날 몸으로 안 돌아오더라. 재활훈련을 1년 넘게 했어. 3개월만 해도 죽겠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고. 아파서 야구를 포기하면 얼마나 아쉽겠어. 그때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라고. 난 지금도 남들 모르게 병원도 많이 간다. 조금만 이상하면 병원가서 산다. 특별히 관리하기 보다는, 초기에 예방하려고 하지.

권=그동안 많은 말씀 들었는데 그 얘긴 정말 처음 들었습니다.

이=결과적으로 실력이 뛰어난데 부상으로 끝난 선수들이 얼마나 많냐. 수술하고 재활하면, 구단이 언제까지 기다려 주냐고. 방출되고 또 딴 팀 가서 잘리고, 반복되는 걸 너무 많이 봤다. 희동이 너도 혹시 조금이라도 아프면 곪아서 수술하지 말고, 미리 치료해라. 조금 아팠을 때 치료하면 수술까진 안 간다. 누가 그랬다. 부상도 실력이라고. 사실 '어디 아파서 못 했다'는 것도 창피한거야.

서로에게 바라는 목표?

권=전 선배님께서 100타점 정도 해주실 것 같아요. 100타점.

이=허허, 100타점이라고? 지금 타순을 보면, 아마 희동이 네가 내 바로 뒤에 있을 것 같다. 만약에 선배가 조금 못 해줬을 때, 예를 들어 1사 만루에 삼진. 그때 내가 못한 걸 희동이 네가 멋지게 쳐줬으면 좋겠다. 복수하면서, 응? 아마 투수들도 희동이 네가 잘하면, 나한테 빨리 승부를 들어오려고 할 거야. 그럼 나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권=네, 선배. 노력하겠습니다!

이=넌 할 수 있다, 희동아. 요즘 시범경기에서도 그런 적 있었잖아. 기분이 너무 좋더라. 내가 못 치고 너도 못 쳤으면 마음이 불편했을텐데 해주니 정말 기뻤다. 물론 희동이한테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바람'이라고 했으니까. 그래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네 알겠습니다!

이=(인터뷰를 마치면서)희동아, 사실 난 네가 100타점 했으면 좋겠다. 형 목표는 그냥 '열심히 하자'야.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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