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현진에게 희망을 찾는 다저스, 그리고 남은 과제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3-18 13:01 | 최종수정 2013-03-19 06:00



'류현진이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을 두고 고심한 뒤, 11타자 연속 범타를 잡았다.'

역시 결과물이 필요하다. 현지 언론의 류현진(26·LA다저스)에 대한 평가는 철저히 결과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MLB.com의 켄 거닉 기자는 류현진의 등판을 이렇게 요약했다. 하지만 그가 짧게 나마 언급한 '스트라이크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류현진이 시범경기 첫 승을 올린 18일(한국시각) 밀워키전. 그는 분명 자기 공을 던졌다. 그리고 시범경기 첫 승을 따냈다.

개막을 2주 가량 앞두고 페이스가 올라온 모습이다. 우려를 샀던 평범한 직구는 이제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 이날 6개의 삼진 중 5개나 직구로 잡아냈다. 패스트볼 커맨드는 물론, 제대로 맞은 안타를 거의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구위가 뛰어났다.

경기 후반 경제적인 피칭에 도움을 준 커브도 일품이었다. 떨어지는 각이 뛰어나 타이밍을 뺏는 데 효과적이었고, 맞혀 잡기에도 좋은 모습이었다. 특히 그동안 커브 구사시 국내보다 미끄러운 공인구에 애를 먹었지만, 더이상 문제가 아닌 듯했다.

하지만 3회 선두타자 카를로스 고메즈와 도니 머피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점은 복기하고 넘어갈 부분이다. 류현진은 두 타자 모두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놓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살리지 못했다. 1회 선취점의 빌미가 된 고메즈는 삼진으로 잡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볼카운트 1B2S. 류현진은 몸쪽 꽉 찬 공을 던졌다. 이날 가장 자신 있게 던진 직구였다. 고메즈는 가만히 서서 몸쪽 공을 흘려보냈다. 아주 짧은 정적. 이날 구심인 마이크 디무로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볼이었다.

류현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내프로야구였다면, 호쾌한 스트라이크 선언과 함께 심판의 멋진 액션이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달랐다. 몸쪽 공에 박한 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이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인 애리조나 카멜백 랜치 글렌데일 구장에서 15일 오전(한국시간) 실전훈련을 소화했다. 돈매팅리 감독이 류현진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는 류현진도 타석에 서야 한다. 7년 동안 방망이를 들 기회가 없었던 류현진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글렌데일(애리조나)=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4/

다음 타자 머피는 첫 타석에서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을 이용해 삼진으로 돌려세운 상대. 하지만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지키지 못하고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앞선 심판의 스트라이크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아~"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중계에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때 포수 A.J.엘리스는 마운드에 올라가 류현진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11타자 연속 범타. 이날 좋았던 직구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바깥쪽 승부를 펼쳤다. 정교한 제구력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승부.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몸쪽 공에 대한 콜이 안 나왔을 때 흔들려서는 안된다.

8명이나 됐던 다저스 선발진은 현재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상태다. 2선발 잭 그레인키가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채드 빌링슬리는 번트 연습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다음 등판을 거를 예정이다. 베테랑인 크리스 카푸아노와 애런 하랑은 시범경기 성적이 신통치 않다. 게다가 감기 증세 등으로 등판을 몇차례 거른 노장 테드 릴리는 이날 애리조나전에 등판해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현지 언론은 다저스가 최근 계속된 악재 속에 류현진의 투구에서 희망을 봤다고 전했다.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평가다.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 역시 류현진이 그동안 구단과 언론의 기대에 부담이 있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류현진은 처음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언제나 느긋하고,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캠프 초반부터 국내 취재진에게 한국어를 물었던 매팅리 감독은 이날 류현진을 교체하러 마운드에 올라가 한국어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류현진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호흡을 맞춘 주전포수 엘리스는 "좋은 시험이었고, 류현진은 잘 통과했다"며 3회 주자 두 명을 볼넷으로 내보낸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류현진은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류현진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나 발전해나가는지가 성공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이날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주변의 기대에 대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충족시키는 게 우선순위는 아니다. 나에겐 오직 시즌을 잘 준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