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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대폭발', KIA 타선을 보는 두 가지 시각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3-13 12:21 | 최종수정 2013-03-13 12:22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한화전에서 4대1로 승리를 거둔 KIA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광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시범경기에 나타나고 있는 KIA 타선의 폭발력이 심상치 않다. 3월 초순임에도 마치 한창 정규시즌을 치르는 듯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까지 치른 3차례 시범경기에서 KIA는 무려 33안타 3홈런으로 23득점을 기록했다. 팀 타율은 3할2푼이고, 팀 장타율 역시 5할5리다. 득점과 홈런 팀 타율, 팀 장타율에서 단연 1위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반된다. KIA와 두 차례 시범경기를 치러본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벌써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게 걱정스럽다"며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반면 KIA 김용달 타격 코치는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타자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의 타격감은 사이클이 있다. 타격감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마치 수학의 사인함수 그래프나 바이오리듬 그래프처럼 상승곡선과 하강곡선의 흐름을 타게 된다.

때문에 시범경기 초반부터 타격감이 너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 정규시즌에서는 오히려 하강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김성한 코치의 입장이다. 반대로 시범경기부터 끌어올린 타격감이 정규시즌까지 계속 좋은 상승곡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바로 김용달 코치의 해석이다. 어느 쪽이 조금 더 설득력을 지니고 있을까.


KIA 김주찬이 지난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광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10/
너무 빨리 타오르면 재만 남는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치르는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최종 리허설'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치르는 연습경기와 함께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하는 시기다. 각 팀의 코칭스태프는 시범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활용도를 최종 점검해 정규시즌을 대비한다.

타자의 경우에는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 성과를 시험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때부터 방망이가 생각대로 잘 돌아가 좋은 타구가 많이 만들어진다면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보면 시범경기의 맹타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타자들의 타격감은 늘 일정하게 유지되기가 쉽지 않다. 체력의 저하와 경기중 생기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타격감은 떨어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결국 좋은 타자는 이런 타격감의 변동주기와 진폭을 얼마나 짧고, 좁게 줄이느냐로 판가름난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시범경기 시기에는 페이스를 떨어트리는 선수가 많다. 시범경기 때 너무 좋은 흐름을 다면 정작 정규시즌에 들어서는 오히려 깊은 침체기에 빠지기 쉽다는 경험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삼성 최형우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다. 최형우는 지난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팀 선배인 이승엽이 감탄할 정도였다. 시범경기 때도 이런 고공비행은 이어졌다. 하지만 4월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깊은 부진에 빠져들었다. 최형우의 4월 타율은 고작 1할6푼7리(66타수 11안타)에 그쳤다.

김성한 코치의 지적도 이런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최형우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타자들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그리고 정규시즌 초반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타격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전체 시즌을 망친 경우가 있었다. KIA 타자들도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지 말란 법이 없다. 타격감이라는 것이 어차피 상승과 하강의 국면을 모두 겪어야 한다면 이런 시각에도 일견 타당성이 엿보인다.


KIA 중심타자 최희섭이 지난 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에서 5회말 2사 때 최희섭이 우중간 안타를 치고 있다. 최희섭은 이전 타석인 3회말에는 투런홈런을 날렸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땔감은 두둑하고, 지속성도 오래간다

하지만 김성한 코치의 의견은 팀의 외부에서 바라본 생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전문가의 의견이라도 내부의 속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지 못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일반론적으로 보면 김성한 코치의 말이 맞다. 하지만 팀의 특수성이라는 변수로 인해 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KIA의 타격코치를 맡고 있는 김용달 코치의 의견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지난해말 KIA에 합류한 김용달 코치는 국내 프로야구계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는 타격 지도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타자들의 타격페이스 주기에 대해 모를리가 없다. 현대와 LG 한화 등을 거치며 수많은 타자들을 지도해본 경험과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김용달 코치 역시 "시범경기보다는 정규시즌에 잘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달 코치는 현재 KIA 타자들의 페이스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가파른 타격감 상승세가 특정선수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다 팀 타선을 구성하는 선수들이 각자 풍부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곧 현재 KIA의 폭발적인 화력이 상위타선과 중심타선 그리고 하위타선의 응집력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는 뜻이다. 한 두명이 아닌 전체의 힘이라면 페이스가 빠르다고 해서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 KIA는 확실히 김주찬의 FA영입과 부상선수들의 회복으로 인해 타선이 한층 촘촘해진 면이 크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생겼다.

실제로 세 차례의 시범경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득점 방식이 나타났다. 리드오프 김주찬의 빠른 발과 후속 타자들의 적시타로 인한 득점이나 중심타자 최희섭의 홈런, 이범호의 희생타, 하위타선 차일목 박기남 등의 홈런 등 거의 전 타순에서 득점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 가운데 한 두명의 선수는 현재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하위 타순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는 상황이라면 페이스 조절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용달 코치도 타자들의 페이스 조절에 대해서는 나름의 노하우가 풍부하다. 때문에 현재의 좋은 분위기 속에 숨은 암초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KIA의 시범경기 맹타는 그리 걱정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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