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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감춘 호랑이였다."
11일 현재 두산을 제외한 8개 팀들은 2경기씩 소화하며 올시즌 미리보기를 살짝 보여줬다.
이 대목에서 비상한 시선을 끄는 3총사가 있다. 이른바 '독수리 옷으로 갈아입은 원조 호랑이 3총사'다.
한화에서 새로운 출격을 준비중인 김응용 감독, 김성한 수석코치, 이종범 주루코치가 주인공이다.
삼성 이후 8년 만에 감독 지휘봉을 잡은 '호랑이' 김 감독의 '비포어-애프터'가 궁금하다.
김 수석코치와 이 코치를 비롯한 한화 식구들의 증언을 들어본 결과 김 감독은 정글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호랑이같았다.
보통 호랑이는 사냥을 할 때 먹잇감을 포착하고 나면 일단 몸을 낮추고 거의 요지부동이다. 그러다가 먹잇감을 덮칠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쏜살같이 달려들어 해치우고 만다.
김 감독은 현재 잔뜩 움츠리고 먹잇감을 노려보고 있는 '호랑이'인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두 차례의 시범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김 감독은 덕아웃에서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KIA와의 첫 경기 3대13으로 대패할 때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경기 시작 전 덕아웃을 지키며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김 감독은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코칭스태프에게 강조한 지시가 있었다.
"경기 중에 선수들을 따로 불어다가 이러쿵 저러쿵 지적하지 말라. 선수들 각자 알아서 마음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켜보자."
역시 김 감독은 경기가 진행 중일때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와도 한숨 한 번 내쉬지도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지시를 받은 코치진 역시 묵묵히 기록만 할 뿐이었다.
KIA 시절 선수들에게 직접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 그대로였던 것이다. 대신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코칭스태프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배터리의 볼배합 문제 등 경기내용 개선점을 거론한다. 이 자리에서도 상명하달식 지시가 아니라 코치들과 상의를 한다는 게 코치들의 설명이다.
김 수석코치는 "원래 김 감독님이 과묵한 분이지 않은가. 예전과 비교하면 거의 달라진 게 없다"면서 "과거에 그렇게 하신대로 선수들에게 많이 맡겨놓고 시범경기라서 딱히 작전을 걸 상황도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수석코치는 "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 한층 냉정해지셨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불만족스러운 플레이가 나오면 손동작을 통해서라도 어떤 감정표시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스타일을 보였다"고 말했다.
프로야구판에서 오랜 만에 먹잇감 사냥에 나선 만큼 확실하게 목덜미를 물기 위해 한층 자세를 낮춘 호랑이가 됐다는 것이다. 김 감독이 이처럼 주도면밀해진 이유는 아직 시범경기인데다, 한화의 전력 특성상 정규시즌 개막 직전까지 관찰에 관찰을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김 감독의 이같은 신중 행보는 평소 선수관리 특성에서도 잘 나타났다. 김 감독은 지난 시범경기에서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았던 이학준과 김경언을 중용했다. 흔히 동계 전지훈련과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면 출전기회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김 감독은 달랐다. 가급적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줘서 효용가치를 따져보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경기가 진행 중에는 물론이고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에게 부담주지 말고 각자 기량을 펼쳐보이고 싶은 대로 놔두고 지켜보자며 별도 미팅시간도 갖지 않는다. 과거에 그랬듯이 코칭스태프들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선수들을 관리하도록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선수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기는 김남규 1군 매니저에게도 "선수들 부담갖지 않게 잘 챙겨줘"라는 말 외에는 딱히 하는 말이 없다고 한다.
김 감독은 "한화는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어서 충분히 관찰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팀이다. 야구라는 게 선수들 각자 알아서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야"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