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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때 뭔가 보여주려고 잔뜩 힘이 들어간 게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니까…."
여성팬이나 가족 단위 팬들이 많은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이기도 했다. 욕설은 기본이었다. 일부 과격한 경상도 '아재(아저씨의 방언)'들은 경기장 안으로 소주병이나 쓰레기통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심지어 원정팀 구단 버스가 불타는 일도 있었다.
94년 데뷔해 올해로 프로 20년차 시즌을 맞는 이호준에게도 마산구장에 대한 기억은 '세게' 남아있었다. 최근 창원에서 지내면서 음식점에서 중년 팬들에게 붙들려 바짝 긴장한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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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은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다. 실투가 들어와서 쳤는데 파울이 됐다. 세번째 타석에서는 마음을 고쳐먹고 들어갔더니 안타가 나오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경기에서도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혹시 못 치면 어쩌나'라는 마음이 든 게 사실이다. 이날 역시 앞선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번째 타석에서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1-2로 뒤진 6회 1사 2,3루서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은 좌측 펜스까지 굴러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경기 후 이호준은 "진짜 집중했다. 무조건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웃었다.
변화구만 노리고 있는데 직구가 한복판으로 두 개 들어왔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계속 변화구를 노렸다. 이호준은 "유격수 땅볼만 쳐도 동점이었다. 그런데 구장 분위기가 그렇지 않더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쳤는데 다행히 노린 공이 들어왔다"고 했다.
좌측 담장까지 향하는 공에 이호준은 2루까지 뛰었다. 인조잔디라 넘어지면 다칠까봐 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펜스를 맞고 튀어나온 공은 정확히 넥센 좌익수 정수성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이호준은 2루에서 가볍게 태그아웃됐다. 그래도 10일 마산구장을 찾은 4870명의 팬들은 이호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NC는 7대4 역전승을 거두며 첫 승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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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은 "감독님이 화내시기 보다는 웃으시면서 좋게 말씀하셨다. 그날 경기보다 더 심하게 질 때도 있지 않냐고 하셨다. 솔직히 경기 끝나고 모였을 때 분위기가 살벌할 것 같았다. 하지만 따뜻하게 말씀해주시더라"고 했다.
이어 "경기 후에 다 남아서 투수들한테 야수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잘 됐다. 솔직히 투수가 1점 주면, 우리가 2점을 내서 이기고. 우리가 1점밖에 못 내면, 투수가 막아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조화를 이루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생팀의 주장으로서 바라는 팀의 모습. 바로 함께 웃고 울며 격려하고 파이팅 외치는, 하나가 된 팀의 모습이었다. 팀의 중심이자 든든한 주장, 이호준이 이끄는 NC의 2013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