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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이 마산구장에서 바짝 긴장했던 사연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3-11 06:02



"시범경기 때 뭔가 보여주려고 잔뜩 힘이 들어간 게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니까…."

NC의 베테랑 내야수 이호준(37)은 언제나 여유가 넘친다. 온라인상에서 '인생은 이호준'이란 말이 돈다는 얘길 들어도 "인생 잘 사는 게 맞는 거지"라며 웃어넘길 정도다. 그런 그가 '바짝' 긴장했다. 열성적인 마산구장의 홈팬들 앞에 섰기 때문이다.

마산구장은 롯데의 '제 2구장'이었다. 롯데의 홈경기 중 일부가 열렸지만, 1년에 몇 안 되는 경기가 열릴 때면 언제나 관중석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여성팬이나 가족 단위 팬들이 많은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이기도 했다. 욕설은 기본이었다. 일부 과격한 경상도 '아재(아저씨의 방언)'들은 경기장 안으로 소주병이나 쓰레기통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심지어 원정팀 구단 버스가 불타는 일도 있었다.

94년 데뷔해 올해로 프로 20년차 시즌을 맞는 이호준에게도 마산구장에 대한 기억은 '세게' 남아있었다. 최근 창원에서 지내면서 음식점에서 중년 팬들에게 붙들려 바짝 긴장한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첫 시범경기 때 타석에 서자 제대로 느낌이 왔다. 이호준은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 두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이호준은 0-6으로 뒤진 6회말 1사 3루서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팀을 영봉패에서 구해낸 안타였다.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NC와 넥센의 경기가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7대4로 승리하며 시범경기 첫 승을 거둔 NC 김경문 감독이 이호준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0/
10일 경기 전 만난 이호준은 "시범경기인데 관중이 그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관중석에서 들리는 환호 소리를 들으니까,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범경기에서 뭘 보여주려고 한 건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첫 시범경기가 열린 9일엔 총 5150명의 관중이 마산구장을 찾았다. 외야는 개방하지 않았고, 내야 5530석이 거의 다 들어찰 정도였다.

이호준은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다. 실투가 들어와서 쳤는데 파울이 됐다. 세번째 타석에서는 마음을 고쳐먹고 들어갔더니 안타가 나오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경기에서도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혹시 못 치면 어쩌나'라는 마음이 든 게 사실이다. 이날 역시 앞선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번째 타석에서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1-2로 뒤진 6회 1사 2,3루서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은 좌측 펜스까지 굴러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경기 후 이호준은 "진짜 집중했다. 무조건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웃었다.

변화구만 노리고 있는데 직구가 한복판으로 두 개 들어왔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계속 변화구를 노렸다. 이호준은 "유격수 땅볼만 쳐도 동점이었다. 그런데 구장 분위기가 그렇지 않더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쳤는데 다행히 노린 공이 들어왔다"고 했다.

좌측 담장까지 향하는 공에 이호준은 2루까지 뛰었다. 인조잔디라 넘어지면 다칠까봐 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펜스를 맞고 튀어나온 공은 정확히 넥센 좌익수 정수성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이호준은 2루에서 가볍게 태그아웃됐다. 그래도 10일 마산구장을 찾은 4870명의 팬들은 이호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NC는 7대4 역전승을 거두며 첫 승을 신고했다.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NC와 넥센의 경기가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시범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야구팬들이 관중석을 메우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0/
경기 종료 후 만난 이호준은 계속된 실책과 타선 침묵으로 패한 전날 경기를 떠올렸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하려는 마음에서 실수가 나온 것"이라며 질책 대신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이호준은 "감독님이 화내시기 보다는 웃으시면서 좋게 말씀하셨다. 그날 경기보다 더 심하게 질 때도 있지 않냐고 하셨다. 솔직히 경기 끝나고 모였을 때 분위기가 살벌할 것 같았다. 하지만 따뜻하게 말씀해주시더라"고 했다.

이어 "경기 후에 다 남아서 투수들한테 야수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잘 됐다. 솔직히 투수가 1점 주면, 우리가 2점을 내서 이기고. 우리가 1점밖에 못 내면, 투수가 막아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조화를 이루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생팀의 주장으로서 바라는 팀의 모습. 바로 함께 웃고 울며 격려하고 파이팅 외치는, 하나가 된 팀의 모습이었다. 팀의 중심이자 든든한 주장, 이호준이 이끄는 NC의 2013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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