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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대표팀 전임감독 김인식이 필요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3-06 17:00 | 최종수정 2013-03-07 06:11


2006년 1회 WBC 당시 이승엽과 김인식 기술위원장(당시 감독)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 실패의 충격파가 심상찮다.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는데, 처음으로 1라운드에서 덜컥 떨어졌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몇수 아래로 내려다봤던 네덜란드전에서의 굴욕적인 0대5 패배는 오랫동안 한국야구의 상처로 남을 것 같다.

부진의 원인을 놓고 여러가지 진단, 질책이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 야구인 모두 숙고해봐야 할 사안이 적지 많다. 그러나 이제 WBC의 아쉬움을 접고 미래를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고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먼저 대표팀 전임감독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번처럼 전년도 국내 프로야구 우승팀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길 게 아니라, 대표팀을 전담하는 감독을 따로 선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회를 준비할 수 있다. 현역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는 현 체제에서는 사령탑의 중압감이 너무 크고, 대표팀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향후에는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66)같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지도자에게 대표팀을 전임 시키면 어떨까. 김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WBC 1,2회 대회 때 한국에 빛나는 성과를 안겼다. 경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온화한 리더십과 판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지도자다. 당장 내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투수교체 타이밍 등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대만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류중일 감독이 심판의 볼 판정에 아쉬워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5.
용병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야구인이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사실 대표팀 감독직은 영광스러운 자리면서 동시에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다. 두 차례 WBC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대표팀 감독의 어깨를 짓누른다. 언제부터인가 현역 프로팀 감독에게 대표팀 사령탑직은 부담스러운 직책이 됐다. 국제대회 성적에 대한 부담 뿐만 아니라 소속팀까지 신경을 써야하기에 집중력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이나 소속팀 모두 손해다. 특히 WBC 대표팀 감독의 경우 소집훈련과 대회가 프로야구 전지훈련 기간과 겹쳐 어려움이 더 크다.

현역 프로팀 감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회를 준비하기도 어렵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11월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짧은 시간에 대표팀을 구성해야 했다. 전쟁같은 정규시즌 순위싸움, 한국시리즈를 치르다보니 프로야구 전체를 보고, 선수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 WBC를 앞두고 선수 교체가 자주 이뤄졌는데, 미흡한 선수 파악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KBO 기술위원회가 있고,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표선수 발탁의 결정권은 대표팀 감독 권한이다.

야구의 특성상 축구처럼 1년 내내 전임감독제를 가동할 수는 없지만,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4개월 전에 전임감독을 선임한다면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전임감독은 정규시즌부터 각 팀을 돌며 꼼꼼하게 선수를 체크할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대표팀을 구상할 수 있다.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대만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2사서 김현수가 루킹 삼진 아웃된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5.
KBO는 2009년 이사회를 열어 '대표팀 감독은 현역감독으로서 전년도 우승팀 감독을 총재가 선임한다'는 야구규약을 만들었다. 중압감 때문에 감독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공감을 할만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현역 프로팀 감독들은 끊임없이 부담감과 효율성을 내세워 전임감독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고,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면 규정을 고치면 된다.


일본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고민을 했다. 지난해 재팬시리즈 우승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하라 다쓰노리 감독과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해 현역 프로팀 감독이 아닌 야마모토 고지 전 히로시마 카프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유연성을 발휘해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1회 대회 때는 오 사다하루 당시 소프트뱅크 감독, 2회 대회 때는 하라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현역 프로팀 감독이 아닌 지도자가 대표팀을 지휘할 경우 현장 감각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프로팀 감독이 아니다보니 프로선수인 대표선수를 끌고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전임감독의 장점이 더 크기에 이런 부분은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상처만 안고 돌아온 한국야구가 지금 맨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이 바로 전임감독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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