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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인 연착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승마무리'로 변신한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31)가 새 보직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올해 KIA도 보직 변경에 의한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승(13패) 선발이었던 앤서니는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마무리로 전환했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한 원인으로 팀에 확실한 클로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반면 선발요원들은 넘쳐나는 상황을 감안해 기존 선발진 중 한 명을 마무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두고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선 감독이 내린 결정은 바로 앤서니였다. 구위나 주자 견제능력, 간결하고 빠른 슬라이드 스텝, 그리고 쾌조의 컨디션 등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 그러나 역시 새 보직에 대한 적응 여부는 오로지 실전을 통해서만 판단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앤서니는 지난 17일 주니치전과 20일 라쿠텐전, 그리고 24일 한화전 등에 등판했다. 스코어에 상관없이 앤서니는 늘 9회 마지막 이닝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책임졌다. 새로운 보직의 투구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KIA 코칭스태프가 일종의 시뮬레이션 피칭을 유도한 것이다. 어차피 마무리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다. 자신의 뒤에 더 이상의 투수가 없다는 필승 각오를 다질 때 한층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 세 차례의 등판에서 앤서니는 마무리로서 충분히 연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남겼다. 일단 3경기를 모두 깔끔하게 끝냈다. 3경기에서 3이닝을 소화한 앤서니는 안타를 단 1개만 내줬을 뿐이다. 4사구는 단 한 개도 없었고, 물론 실점도 하지 않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지난 17일 주니치전에 149㎞까지 기록했다.
무엇보다 마무리의 가장 필수요건인 빠른 정면승부를 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마무리 투수는 타자와 승부를 길게 끌고 가서는 안된다. 힘을 최고조로 집중해 빠르고 간결하게 승부를 끝내야한다. 승부 타이밍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투수와 수비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앤서니는 3경기에서 총 32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투구수는 10.6개. 한 이닝을 10~11개의 공으로 끝냈다는 것은 마무리 보직의 특성을 앤서니가 잘 이해하고 있으며, 또 그에 적합한 퍼포먼스를 해냈다는 뜻이다. 보통 A급 마무리의 경우 한 이닝을 투구수 15~16개 이하에서 끝낼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국내 최강의 마무리인 오승환의 지난해 이닝당 투구수는 16.7개 정도였다.
아직 3경기 밖에 던지지 않아 앤서니의 이닝당 평균투구수의 계산치가 큰 신뢰도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 앤서니가 좋은 구위를 앞세워 마무리에 적합한 빠른 정면승부의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모습 자체만으로도 앤서니의 마무리 연착륙 가능성은 크게 열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