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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 선배 빈자리 걱정마세요."
세상은 역시 돌고 도는 법이다.
당장 소중한 것을 잃어 눈 앞에 캄캄하다가도 다른 곳에서 잃은 만큼의 수확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삼성의 요즘 분위기가 이렇다.
올시즌 삼성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정현욱의 공백이었다.
정현욱은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LG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정현욱의 이탈 때문에 '최강' 이미지를 구축해 온 삼성 불펜의 전력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현욱은 지난 3시즌 동안 평균 58경기에 등판해 시즌 평균 68이닝이 넘는 이닝을 책임졌다.
이처럼 대들보 노릇을 했던 정현욱이 빠졌다고 걱정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삼성에 '정현욱 이탈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정현욱의 이탈은 기존 삼성 투수들에겐 기회로 다가왔다.
탄탄하게 잘 짜여진 삼성의 불펜진은 한편으로 다른 투수들에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아쉬움으로 작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정현욱이 빠짐으로써 다른 투수들은 평균 58경기, 68이닝의 '기회'를 움켜쥐려는 치열한 목표 속에 훈련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의 오키나와 캠프에서 이같은 의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후계자 후보는 오른손 파워피처인 이동걸이다.
이동걸은 공공연하게 "정현욱 형의 빈 자리를 꼭 내가 맡고 싶다"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많은 투수들이 선발투수를 소망하지만 이동걸은 "선발 투수보다 불펜에서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1983년생 이동걸은 여러 면에서 정현욱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최고 시속 148km를 기록했고, 포크볼 능력도 갖추고 있다.
대졸 선수인데다 병역(공익근무)까지 마친 선수라 30세 넘어 빛을 발한 정현욱을 능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지한 훈련 태도 덕분에 전훈캠프에서 투수 파트 코치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기도 한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코치들은 "뭐든지 열심히 배우려 한다. 훈련에 대한 진지함이나 열성이 정현욱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은 지난해 시즌 막판에 이미 2군에서 성과가 좋은 이동걸을 주목한 바 있다. 이동걸은 14일로 예정된 LG와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이동걸의 '포스트 정현욱' 야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