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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시즌, 넥센 박병호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의 4번타자로서 홈런과 타점왕을 석권한 데 이어 MVP(최우수선수), 골든글러브까지. 1~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결국 박병호는 훈련스케줄을 짜는 것부터 모두 스스로 해나가게 됐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는 없다. 훈련에 대해 간섭도 하지 않는다. 훈련을 하다 문제점이 나온다 하더라도 일단 혼자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완벽한 '홀로서기'다.
그는 "사실 항상 누가 시키는 것만 했지, 이렇게 해본 적이 없어 많이 당황스러웠다. 이젠 조금씩 방법을 알 것 같다.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코칭스태프 역시 박병호 특유의 성실성을 알고 있기에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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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에선 흔히 3할 타율이나 30홈런, 또는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 이런 말을 쓴다. 선수의 수준 자체가 올라갔다고 보는 것이다. 선수의 성장 그래프를 두고 계단식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에 역행하는 케이스도 자주 나오고 있다. 한 해 반짝한 뒤 사라지는 경우다. 박병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2년차 징크스란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해요. 일부러 넥센에 온 2011년을 포함해 3년차라고 한다니까요."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볼 수도 있다. 마음가짐과 태도 면에선 큰 장애물이 없어 보였다. 박병호는 "부담 가져서 좋을 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일부러 홈런이나 타점 같은 수치를 목표로 삼지도 않았다. 올해 목표는 '볼넷왕'이다"라고 말했다.
넥센 타선은 절대 약하지 않다. 앞뒤로 이택근 강정호가 버티고 있고, 장기영-서건창의 테이블세터도 스피드 면에선 수준급이다. 6,7번 타순에서 유한준과 이성열이 제 몫을 해준다면, 꽉 찬 라인업이 완성된다.
박병호가 볼넷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굳이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렇게 가진 여유는 곧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선순환이다.
'진정 홈런타자로 거듭났나'를 두고 시험대에 오른 박병호, 적어도 현재까진 무언가에 쫓기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2009년 홈런왕 KIA 김상현과 2011년 홈런왕 삼성 최형우는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과연 박병호가 자신의 애버리지를 30홈런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3년차라고 불러달라"는 그의 웃음에서 밝은 미래가 보였다.
서프라이즈(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