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허리가 휘청합니다."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전지훈련 비용의 압박
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팀과는 달리 아마추어팀의 해외 전지훈련 비용은 대부분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동문회나 후원회가 잘 활성화 된 소수의 학교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부담이 크다.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해당 학교의 감독이 결정을 내리게 되면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외 전지훈련 비용을 낼 수 밖에 없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는 전제앞에서 부모들은 약자가 된다.
대다수 학부모의 현실은 이렇다. 보통 회비나 용품 비용 등을 합쳐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낸다. 여기에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 출전비 명목으로 또 돈을 낸다. 이런 저런 비용을 종합하면 1년에 고교 야구선수의 학부모가 학교에 내는 돈은 2000만원 중반대에 이른다고 한다. 중형차 한 대 혹은 4년제 사립대학교의 2년치 등록금에 버금가는 거금을 매년 내는 것이다.
여기에 해외 전지훈련 비용은 별도다. 보통 3주에서 한 달 정도를 가는데 개인당 200만원 이상을 내야한다. B씨는 "다행히 내 아들이 재학했을 때는 학교에서 해외로 훈련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졸업한 이후 올해 초에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고 한다. 나를 비롯해 상당수 학부모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떠났다. 다른 학부모들은 이 때문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동문회나 후원회가 지원해줄 수 있는 학교는 이런 부담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올해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우리 학교도 학부모들의 부담을 우려해 가급적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청룡기에서 우승하고 난 뒤 동문회에서 거금을 지원해주셔서 이번에는 가기로 했다. 동문회의 지원 덕분에 학부모님들의 부담이 절반으로 줄게 돼 추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담스러운 해외 전지훈련, 효과는 있나
그러나 과연 이런 식으로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아마추어 선수들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야만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이 남는다. 일단 비용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동문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내년 초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덕수고는 올해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지만, 청룡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고교 야구부의 현실에 대해 밝힌 B씨도 "올해 초 해외전지훈련을 갔다왔지만, 실질적으로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고교 왕중왕전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해외 전훈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해외 전지훈련의 가장 큰 효과는 부상의 방지에 있다. 따뜻한 기온에서는 큰 부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졸업반 학생의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일선 감독의 현실적인 소견이다. 하지만 남해 또는 제주도에서도 부상을 방지하면서 훈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할 경우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또한 낯선 해외에서 음식과 시차에 따른 고생을 할 필요도 없다. 학부모 B씨는 "국내에서 훈련하면 다른 여러 학교들과 연습경기도 자주 치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 가면 연습경기를 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진행되는 해외 전지훈련이 실질적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프로야구계의 한 인사는 "실질적으로 성장기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비시즌 동안에 체력 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체력을 기르고,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이라면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하다"면서 "과거에는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어도 충분히 실력을 쌓았다. 오히려 그렇게 해외로 전지훈련을 다닌 아마추어 선수들의 체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며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