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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캠프 결산 염경엽 감독, 장효훈-박동원 얻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27 10:36


넥센 히어로즈의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는 장효훈.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올해 정규시즌 전반기에 돌풍을 일으켰던 프로야구 막내 넥센 히어로즈는 한때 선두를 달렸다. 중반까지만 해도 4위권을 유지하다가 중후반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저하 등이 맞물려 6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히어로즈의 골풍은 프로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고, 다른 구단에 자극제가 됐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최하위에 그친 한화 이글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 트윈스에게 히어로즈 선전은 부담스러운 '사건'이었다.

대다수 야구인들은 히어로즈를 앞으로 프로 구단이 가야할 모델이라고 말한다.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야구기업, 독립구단인 히어로즈가 거품을 걷어낸 진짜 우리 프로야구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1월에 한동안 자유계약선수(FA) 열풍이 몰아쳤다. 올해 히어로즈와 서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LG는 이진영과 정성훈을 눌러 앉히고 삼성 불펜투수 정현욱까지 영입했다. KIA는 FA 중 최대어라는 롯데 김주찬을 잡았고, 두산은 롯데 홍성혼을 데려왔다. 선수를 놓친 구단은 몸살을 앓았고, 선수를 보강한 팀은 갑론을박에 시달렸다.

그런데 히어로즈는 조용했다. 베테랑 투수 이정훈과 2년간 5억원(인센티브 1억원 포함)에 계약한 걸 빼고는 잠잠했다. 지난해 이택근 영입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올해는 애초부터 외부 FA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FA 시장이 열린 11월 초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지난해 이택근 영입은 지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였다. 히어로즈가 지향하는 전력 강화는 엄청난 돈을 투입해 FA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트레이드를 통해 잠재력 있는 유망주를 확보해 키우거나, 젊은 선수들을 실제 전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올해 홈런과 타점왕에 오른 박병호, 신인왕을 수상한 서건창, 포수 허도환이 좋은 예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한 자원을 빛나는 보석으로 가공했다. 이게 히어로즈 야구다.

히어로즈는 시즌 말미에 김시진 감독을 경질하고 시즌이 끝난 후 주루작전코치로 있던 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야구 열정이 남다르고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진 염 감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염 감독이 사령탑에 취임해 처음으로 지휘한 이번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는 같한 의미가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진행되는 야간훈련에서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투수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28일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귀국하는 염 감독은 마음이 뿌듯할 것 같다. 한달간 갈고 닦아 모양새를 갖춘 2개의 보석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설레발을 친다는 말을 듣기 싫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자랑하고 싶어하는 선수가 투수 장효훈(25)과 포수 박동원(23)이다.


2007년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정효훈은 아직까지 1군에서 승이 없다. 올해도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호투한 경기에서는 타선 도움을 받지 못했고, 초반에 어이없이 무너지곤 했다. 올해 성적이 6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04.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0km를 넘는데도 제구력 난조 때문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유망주의 모습이었다.

올시즌 제구력을 잡기 위해 스피드를 140km 후반으로 떨어트렸는데, 스피드와 제구력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공을 낮게 던지는데 집중했는데도 컨트롤이 흔들렸다. 그런데 이번 마무리 캠프를 통해 컨트롤이 좋아졌고, 공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이강철 수석코치와 최상덕 투수 코치 등 코치진이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장효훈의 경우 공을 뿌릴 때 최대한 상체를 앞으로 끌고 나오게 했다. 몇가지 훈련을 달리했는데 효과가 좋았다. 공끝이 좋아 삼성 오승환 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내년 시즌 히어로즈의 선발 5명 중 3명은 이미 그림이 나온 상태. 외국인 선수 나이트, 밴헤켄, 김병현이 정해졌고,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젊은 투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장효훈도 당당하게 선발 후보다. 마무리 캠프에서 장효훈의 투구를 지켜본 히어로즈 프런트는 "시즌 때보다 공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들의 피칭을 지켜보고 있는 이강철 수석코치와 염경엽 감독(오른쪽부터).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상무에서 제대해 복귀한 포수 박동원(23)은 장타력에 센스를 갖춘 유망주. KBO 공식사이트의 박동원 프로필을 보면 1m79, 78kg로 나와 있다. 그런데 상무를 거치면서 체중이 10kg 이상이 늘어 90kg대가 됐다고 한다. 사연이 재미있다. 상무 소속으로 있을 때 야구단에 이웃한 상무 역도부 훈련장에서 역도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고 한다. 포수로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였다.

올해 히어로즈는 허도환과 최경철이 주로 포수 마스크를 썼고, 지재옥이 거들었다. 사실 확실한 주전을 내세우기 어려웠다. 박동원이 이 경쟁에 합류하며서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 건설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히어로즈의 이번 마무리훈련은 다른 구단과는 조금 달랐다. 염 감독은 다양한 훈련이 들어가 있는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는 훈련의 틀을 깨고, 수비면 수비, 타격은 타격에 포커스에 맞춰 하루 단위로 한가지 훈련에 집중하게 했다. 타격이 부족한 선수는 하루 훈련 일정 전부를 배팅훈련을 하게 한 것이다. 염 감독은 "불필요하게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훈련의 집중도를 높였다. 코치들이 선수와 일대일로 지도하는 시간이 늘어 힘이들었을 것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운 훈련이었다"고 자평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번트자세를 시범보이고 있는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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