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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이 숫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몇 구단들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면서 총액은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세부 계약 내용은 선수와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야구판은 이적료, 연봉 등을 주로 비공개로 일관해온 축구판에 비해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국내 야구의 그런 부분을 따라가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고 구단을 설득하는 작업까지 했다.
구단은 같이 하고 싶은 선수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 처리는 야구판 전체를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숨기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많은 구단들이 공개하기 보다 감추려고 할 것이다.
숨길수록 팬들은 선수의 몸값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또 이렇게 선수 인건비로 얼마가 사용되지에 대한 정확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야구판 전체에 대한 산업 규모를 믿기 어렵게 된다. 돈의 흐름이 투명하지 않을 경우 전체 판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잠재적인 스폰서 기업들은 더 투자하고 싶어도 꺼릴 수 있다.
구단들이 실제 금액 보다 낮게 발표하려 건 이유가 있다. 그들은 FA로 선수를 영입하면서 실제 보다 적은 금액을 썼다는 식으로 알려지길 원한다. FA 실패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수 십억원의 거금을 투자하고 데려온 선수가 부진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비난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차원이다.
FA에서 큰손 역할을 하는 구단들은 대부분 든든한 모기업의 보호 아래 돈을 버는 것 보다 잘 쓰는데 집중하는 팀들이다. 그런데 이런 구단들 조차 FA로 엄청난 거금을 한꺼번에 집행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모기업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성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도 없다. 그래서 FA 선수를 모셔오기 위해 과감하게 영입 경쟁에 뛰어 들어 계약을 성사시키고도 계약 내용 중 일부를 허수로 축소하는 것이다 .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런 구단들의 계약 행위에 대해 딴지를 걸지 않고 있다. 힘이 약한 KBO는 입김이 센 구단들이 서로 묵인하에 하는 일처리에 대해 싫은 소리를 못하고 있다.
야구는 투명해야만 축구와 확실한 차별화가 된다.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국내야구는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팬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