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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일본대표팀이 엔트리 28명이 아닌 27명 제출 검토 이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18 09:13 | 최종수정 2012-11-18 09:13


2009년 3월 1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WBC 일본대표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에 나선 이치로. 스포츠조선 DB

마쓰이 히데키(무적)와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 FA)가 한시대를 풍미했고,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가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진출해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일본야구를 상징하는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39)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치로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타율 3할-200안타를 때리면서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또 2004년에는 한시즌 최다 안타 262개를 기록했고, 신인왕과 MVP(이상 2001년)에 최다안타왕을 7번이나 차지했다. 소속팀에서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맹활약을 했다. 이치로는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모두 출전해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7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이치로는 팀을 옮긴 후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시애틀 소속이던 전반기 95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 4홈런 , 28타점에 그쳤는데,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6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2리, 5홈런, 27타점을 기록했다. 양키스에 합류해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됐던 이치로는 포스트시즌 때도 인상적인 활약으로 구단 고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즌 종료와 함께 FA가 된 이치로는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이치로의 내년 시즌 소속팀 결정이 늦어지면서 WBC 일본대표팀이 안절부절이다. 야마모토 고지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합류 요청을 받은 이치로는 아직까지 가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에 남게되면 대표팀 합류가 수월하지만 이적이 이뤄질 경우 새로운 팀에서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초 WBC가 열리는데, 각국 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와 시기가 겹친다. 이적 선수들은 이 시기에 소속팀을 비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 2009년 WBC에 일본대표로 출전한 이치로. 스포츠조선 DB
이치로는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남아있는 유일한 메이저리거다. 야마모토 감독이 대표팀 합류를 요청한 메이저리거 6명 중에서 다르빗슈와 이와쿠마 히사시, 가와사키 무네노리(이상 시애틀),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 브루어스)는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 올해 200이닝 이상을 던진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FA) 또한 대회 불참이 확실시 된다. FA 자격을 얻은 구로다도 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아직 소속팀이 결정되지 않았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 없이 국내파로 대표팀을 꾸리게 생겼다.

그러나 야마모토 감독은 끝까지 이치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회 참가국들은 30일까지 WBCI(대회 마케팅 회사)에 28명 엔트리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27명 명단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치로를 위해 한 자리를 비워둔 것이다. 이치로의 거취가 엔트리 제출 마감시한까지 결정되지 않을 경우를 염두에 둔 구상이다. 야마모토 감독은 이치로의 소속팀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표팀 합류가 가능해지면 그때 비워둔 자리에 넣겠다는 생각이다.

이치로가 일본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트리 28명을 제출했다가 나중에 이치로 합류가 가능해질 경우 명단에서 탈락하는 선수가 나오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2006년 1회 대회를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5년 12월 일본은 마쓰이가 명확하게 합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자 당시 예비 엔트리 30명을 채우지 않고 29명을 제출했다. 추후에 합류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결국 마쓰이는 당시 소속팀 뉴욕 양키스의 반대로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이번 WBC의 경우 대회요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3월 2일 2차 라운드 개막 10일 전까지 28명을 결정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상자가 나올 경우 대회 직전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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