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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의 정년은 따로 없지만, 대개 30대 중후반에 접어들면 은퇴를 생각하게 된다. 30대만 들어가도 고참 취급을 받았던 예전과는 달리, 몸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이뤄지면서 선수 수명도 길어지고 있다. 사실 베테랑 선수의 경기력과 별개로 지도자의 성향, 팀 분위기에 따라 베테랑 선수의 은퇴 시기가 정해지기도 한다. 세대교체 혹은 팀 체질개선의 이름으로 구단이 선수의 은퇴를 강요하기도 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한다. 좋은 모양새를 갖춰 명예롭게 은퇴해 지도자의 길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늘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즌 종료와 함께 베테랑 선수들의 움직임이 관심이다. SK 외야수 박재홍(39)과 포수 박경완(40),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송지만(39). 이들 세 선수는 전성기 때 소속팀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간판 선수였다. 셋 모두 통산 300홈런을 기록했다.
박재홍은 1996년 프로 첫 해에 처음으로 '30(홈런)-30(도루)'을 달성해 야구계를 뒤흔들었다. 탁월한 투수 리드로 이름난 박경완은 통산 313홈런에 두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한 강타자다. 송지만도 14시즌 동안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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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 부상 때문에 14경기 출전에 그쳤던 송지만은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수용하기로 하고 선수생활을 지속하기로 했다. 당초 히어로즈는 송지만에게 은퇴 후 지도자 연수를 제의했다. 젊은 유망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설 자리가 줄어든 송지만은 이적까지 모색했으나 결국 히어로즈에 잔류하게 됐다.
왜 현역 선수를 고집하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특급 스타 선수들은 은퇴를 놓고 구단, 코칭스태프와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종범의 경우 2012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간적접인 압력이 은퇴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종범의 예처럼 흔쾌히 은퇴를 받아들이는 선수는 드물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최고의 선수였기에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 비록 잔부상이 이어지고 기량이 다소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을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동안의 팀 공헌도를 인정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구단은 냉정한 판단을 요구한다. 전성기 때 기량을 보여주는 게 어렵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한다.
한 야구인은 "선수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기량 저하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 때문에 현역 선수라는 타이틀을 쉽게 놓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함께 명예 회복도 중요한 요소다. 은퇴를 종용받는 베테랑 선수 대부분은 그 시점에서 몇년간 성적이 하향세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전성기 때 화려한 성적은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남기고 은퇴를 하고 싶어한다.
프로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생활인으로서의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박경완의 2012시즌 연봉은 5억원이고, 송지만은 2억5000만원, 박재홍은 2억원을 받았다. 선수와 코치의 연봉은 차이가 크다. 초임 코치의 연봉은 보통 5000만원 정도다. 이종범도 지난달 한화 주로 코치로 5000만원에 계약했다. 갑자기 생활규모를 절반 이하로 확 줄이는 것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은퇴는 야구인생의 전환점이나 마찬가지다. 분명히 베테랑 선수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박경완과 송지만 박재홍이 내년 시즌 어떤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설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