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현진, LA 다저스 시대 개봉박두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1-11 13:28


4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4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오며 미소를 짓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04/



국민 에이스 류현진(25)이 미국 LA 다저스 입단을 본격 타진하게 됐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11일(한국시각) 류현진에게 2573만달러(약 280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제출한 구단이 LA 다저스라고 발표했다.

국내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한 '큰손'이 다저스였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로 높은 포스팅 금액을 기록한 다저스는 국내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메이저리그 구단이다.

올시즌 한화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 박찬호가 190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보내면서 국내에 익숙해진 다저스는 최희섭 서재응(이상 KIA)에 이어 이번에 4번째로 한국선수 영입을 노리게 됐다.

아직 30일간의 독점 협상이 남았지만 미국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다저스 입단이 무난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류현진은 오는 14일쯤 미국으로 건너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을 계획이다.

왜 LA 다저스인가?

미국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2000만달러 이상의 포스팅 금액을 제출한 팀은 다저스 외에도 1∼2곳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다저스가 만세를 부른 것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투자 대비 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MLB는 2003년부터 도입한 사치세라는 규제가 있다. 한국 프로농구처럼 별도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선)이 없는 대신 구단 선수 연봉 총액의 상한선을 두어 일정액을 초과 했을 경우 상한선 초과분의 40%를 사치세로 내는 것이다. 부자 구단의 '돈공세'를 예방하기 위한 사치세는 다른 구단에 MLB의 수익분배와 별도로 균등하게 분배된다. 현재 사치세의 기준은 1억7800만달러다. 지난 8월 보스턴에서 애드리안 곤살레스, 칼 크로포드, 조시 베켓 등을 영입하면서 한 번에 2억6000만달러의 잔여 연봉을 부담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다저스는 내년에 연봉총액 2억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당초 올시즌 스토브리그에서 다저스의 우선 사냥감은 FA 최대어 선발투수 잭 그레인키(29·LA 에인절스)였다. 하지만 그레인키는 다저스를 비롯해 밀워키, 텍사스, 워싱턴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되자 6년간 1억5000만달러 이상을 원했다. 다저스로서는 경제적으로 커다란 부담이다. 대신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사치세 기준에서 제외된다. 류현진에게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순수 연봉 2000만달러(5년 기준)가 실질적인 연봉 총액 추가분인 것이다. 약 5000만달러의 총예산이 들어가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과세표준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으니 다저스에겐 매력적이다. 지난 5월 새로운 주인을 만난 다저스는 3년간 2회 우승한 샌프란시스코와 에인절스의 공격 투자에 맞서 서부지구의 맹주 자리를 회복하려고 하는 중이다. 특히 2007년 385만을 기록했던 총관중이 지난해 293만명으로 급락했다가 올해 332만명으로 회복되자 내년에 400만명 시대를 노리고 있다. LA의 지역성 특성 덕분에 미국에서 최대 한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다저스는 류현진 영입을 통해 한인 관중의 부활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인 투수 오타니 쇼헤이, 후지카와 큐지에게도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관중시장을 아시아로 확대할 수 있다.


다저스에서의 생존경쟁 승산있다

현재 다저스에는 '투수 왕국'이라는 전통답게 막강한 선발진이 포진하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를 필두로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 채드 빌링슬리, 조시 베켓, 테드 릴리, 조 블랜튼 등이 다저스 선발 마운드를 지키는 주역들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커쇼(14승9패, 평균자책점 2.53), 카푸아노(12승12패, 평균자책점 3.72), 빌링슬리(10승9패, 평균자책점 3.55), 애런 하랑(10승10패, 평균자책점 3.61) 등 4명은 10승 이상을 거둔 막강 선발자원이다. 여기에 조시 베켓(7승14패, 평균자책점 4.65), 테드 릴리(5승1패, 평균자책점 3.14) 등 수준급 투수까지 버티고 있다. 다저스의 대표적인 좌완투수는 커쇼와 카푸아노로 팀내 최다승 1, 2위를 나눠가졌다. 과연 이처럼 쟁쟁한 틈 바구니에서 류현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객관적으로 입증된 류현진의 기량을 떠나 다저스 구단에서 흘러나온 평가가 긍정적이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류현진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2013년 이후 팀의 체질개선에 본격 착수할 예정인데 류현진은 여기에 필요한 옵션"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내년부터 치열하게 가동되는 프래툰 시스템에서 류현진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단장의 이같은 전망은 그의 말대로 오랜 기간 관찰한 팀내 스카우트와 전력 분석관들의 냉철한 평가를 보고받고 신중한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MLB 홈페이지는 "2, 3선발급 투수 영입을 희망하고 있는 콜레티 단장의 바람을 만족시켜줄 만한 선수"라고 류현진을 평가했다. 류현진이 다저스의 5명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현지에서도 이론이 없어 보인다.

다저스는 어떤 팀?

다저스는 박찬호 때문에 한국 팬들에게 미국내 친정팀같는 친숙감이 있는 곳이다. 한양대에 다니던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박찬호는 2001년까지 '다저스맨'으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다저스는 1883년 뉴욕의 브루클린을 연고로 창단한 전통의 명문이다. 캘리포니아주 LA로 연고지를 옮겨 '다저스'로 변신한 것은 1958년이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통산 6차례 정상에 올랐다. 우승 횟수로는 뉴욕 양키스(27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1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9회), 보스턴 레드삭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상 7회)에 이어 6번째로 많다. 1950∼1960년대 월드시리즈 우승을 네 차례(1955, 1959, 1963, 1965년)나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1988년 마지막 우승 이후 24년 동안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86승76패으로 샌프란시스코(94승68)에 이어 서부지구 2위로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감독 지휘봉은 뉴욕 양키스 스타플레이어 출신 돈 매팅리가 잡고 있으며 2008년부터 다저스 코치를 맡다가 지난해 사령탑에 오른 이후 2년 연속 5할 이상 승률을 거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 매각설에 휘말려 진통을 겪었던 다저스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겐하임 그룹의 최고 경영자 출신 마크 월터와 농구 스타 매직 존슨 등이 포함된 공동 투자단이 23억 달러를 투자한 덕분에 새 주인을 맞아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다. 당시 23억달러의 구단 인수금액은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액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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