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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과연 어떻게 아시아시리즈라는 큰 대회를 치를지 의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선수단에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 훈련을 마친 한 선수는 "다들 마음이 다른데 가있는 상황에서 성적을 내자고 하니 힘든 일 아닌가. 우리는 팀워크로 먹고사는 팀이다. 그런 팀 분위기가 이렇게 저조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승호 감독이 퇴진하고 권두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감독이 내정됐으니 선수들은 어디 눈치를 봐야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코치들도 마찬가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당장 자신의 앞날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시리즈 이후 신임 감독의 의지가 적용된 코칭스태프 개편이 진행될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후 오랜만에 만나 코치들 모두 "잘 지내셨느냐"는 인사에 "잘 못지냈다"는 솔직한 답을 했다.
사실 롯데는 양 감독을 경질할 때부터, 그리고 대회를 앞두고 새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눈 앞에 닥친 아시아시리즈는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물론 구단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아시아시리즈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년 시즌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시리즈는 국가대항전으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대회다. 더군다나 롯데는 홈구장 주인 자격으로 초청된 것이기 때문에 우승팀은 삼성보다도 열심히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베테랑 선수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며 씁쓸해했다.
김해=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