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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 너무 크네요."
최근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위해 포스팅을 신청한 한화가 딱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
대의를 선택했지만 희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화의 고위 관계자는 "류현진의 포스팅을 허락하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심사숙고하느라 사흘 밤을 설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 세계의 관점에서 엄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류현진의 미국 진출에 따른 희생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김응용 감독을 새로 영입해 내년시즌 도약을 노리는 한화 입장에서 최고의 전력을 빼놓은 채 전쟁터에 나간다는 게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포스팅 발표가 났을 때 많은 팬들은 환영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사실 우울한 날이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거스를 수 없는 대의 때문에 내년 시즌 전력공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치자. 당장 김응용 체제에서 새로운 1군 선수단을 구성하는데에도 손해를 감수하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생팀 지원책에 따라 실시되는 9구단 NC 다이노스의 특별지명 때문이다. 8개 구단들은 오는 12일까지 보호선수 20명의 명단을 확정해야 한다.
이후 NC는 구단별 20명 이외의 선수 가운데 1명씩을 지명하고 15일 그 명단을 발표한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3일 이내 FA(자유계약선수) 신청이 있기 때문에 FA는 보호선수 20명에서 제외된다.
한화는 류현진의 포스팅을 추진할 경우 보호선수 20명에서 예외가 적용되는지 KBO에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KBO가 최근 8개 구단에 공문을 보내 천명한 '신분변동 금지' 원칙 때문이다.
NC가 특별지명을 완료할 때까지 군제대 선수를 등록시키지 않는다던지, 임의탈퇴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군에 입대하지 않는 한 KBO 규약상의 등록선수 범위 65명을 무조건 채워야 한다.
8개 구단이 필요 선수를 최대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꼼수'부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1일 포스팅을 신청하면서 류현진을 보호선수에 우선 포함시켰다는 공문을 KBO에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한화는 류현진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20명 보호선수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그만큼 보호선수에서 1명을 손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가뜩이나 선수 자원이 많지 않은 한화 입장에서는 류현진이 포스팅에 나서는 특별한 경우를 준FA로 인정받는 대신 다른 선수 1명이라도 보호해야 숨통이 트이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가정하고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면 NC가 재빨리 류현진을 지명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특별지명 대가로 이적료 10억원을 받고 수백∼수천만달러짜리 선수를 내줘야 하는 것이어서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장면이다.
류현진을 풀어줘야 하는 각오를 한 상태에서 즉시 전력감을 보호하기도 힘들어진 한화는 이래저래 가슴이 아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