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이몽, 같은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미래를 그려본다. 2012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있는 삼성과 SK의 상황이 딱 '동상이몽'이다.
|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SK와 만나 4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만 보면 삼성 쪽에 크게 치우친 것 같았지만, 경기들을 자세히 보면 매 경기가 박빙의 승부로 이뤄졌다. 총 5경기 중에 3경기(2, 3, 5차전)에서 1점차 승부가 펼쳐졌다. 1차전도 삼성이 2대0의 근소한 스코어 차이로 승리했다. 4차전에만 서로 방망이가 터지며 8대4로 삼성이 이겼다.
그러기에 4차전의 결과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삼성은 이 승부처를 놓치지 않았다. 신명철과 최형우가 각각 2점(4회)과 1점(7회) 홈런을 쏘아올리며 기세를 끌어올렸고, 권 혁-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불펜을 가동해 4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결국 이 경기에서 이긴 덕분에 삼성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랬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는 한층 여유가 있다. 1, 2차전을 통해 드러난 전력은 삼성의 월등한 우세였다. 그래서 비록 28일 열렸던 3차전에 역전패를 당했다고 해도 위기감의 농도는 지난해에 비해 옅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1승을 SK에 서비스했다는 식의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3차전 패배 후 다시 2연승을 거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성은 '2011년의 재현'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일어날 것을 바라는 입장이다.
2007년의 귀환, 에이스를 믿는다
3차전 역전승은 SK 선수단에 무척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듯 했던 올해 한국시리즈의 흐름이 처음으로 멈춰섰다. 더군다나 초반 1-6까지 끌려가던 상황에서 삼성의 막강 불펜을 무너트렸다는 점에서 SK가 얻게될 자신감의 크기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SK는 4차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다시금 SK 선수들의 뇌리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2007년의 추억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 번 일어났던 '0%'의 기적이다. 이전까지 25차례(1985년 제외) 치러졌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패를 하고 역전우승을 차지한 팀은 없었다. '2패 뒤 우승'의 확률은 0%였다.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며, 만일 이것이 일어난다면 그건 '기적'의 차원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떤 팀도 해내지 못했던 이 '기적'을 SK는 현실로 만들어냈다. 홈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졌던 SK는 3차전에서 타선의 대폭발 덕분에 9대1로 승리했다. 이 기세를 몰아 4차전도 깜짝 선발로 나선 신인 김광현의 역투에 힘입어 4대0의 완승을 거둔다.
이 4차전 승리가 '기적의 분수령'이었다. 특히 김광현 카드의 성공은 SK 선수단 전체에 희망을 안겼다. 이후 김광현은 SK의 에이스가 됐고, 언제나 큰 경기에서는 팀에 희망을 안기는 역투를 펼쳤다.
그래서 올해도 SK는 2패뒤 1승을 거둔 시점에서 열리는 4차전에 김광현을 투입한다. 5년전 일어난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김광현을 내세워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2007년의 재현'에 맞춘 것이다. 선수단 전체의 희망을 등에 짊어진 김광현이 과연 '2007년의 재현'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가 4차전 최대의 관전포인트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