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자극제는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꼽는다. 국내야구도 마찬가지다. 올해 8개 프로야구단은 전부 특정 경기에 돈을 내거는 '메리트'를 했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음성 수입'이라 할 메리트는 오래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국내 구단들은 현재 시장 상황에선 수익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구단 경영진은 성적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다. 또 그 성적에 따라 모기업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다음해 모기업 지원금이 두둑하다.
삼성, LG 같은 씀씀이가 넉넉한 부자구단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최대 경기당 메리트가 4000만원까지도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구단간 걸리는 메리트 크기는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메리트 차이로 위화감이 생기기도 한다. 500만원이 걸린 A팀이 4000만원이 걸린 B팀과 대결할 경우 분명히 동기부여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B팀 선수들이 눈에 더 불을 켜고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수의 A팀 선수들은 B팀 선수들을 부러워할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SK는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냥 야구단만의 대결이 아니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의 자존심이 걸렸다.
두 팀이 내건 메리트가 경기당 최대 1억원에 육박한다는 루머가 구단 주변에서 돌았다. 메리트는 승리할 경우 감독이 매기는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감독과 수석코치가 최종엔트리에 든 26명의 선수들을 공헌도에 따라 분류해 등급을 매긴다. 또 특정 선수에게는 타점이나 홈런, 승리, 세이브 등 세부 활약 정도에 따라 별도의 메리트가 걸리기도 한다.
과거 메리트는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바로 돈봉투를 선수들에게 개별 지급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선수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한동안 8개 구단이 메리트를 자제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런 합의가 얼마 가지 않아 깨졌다. 요즘은 메리트가 걸린 다음날 선수들 통장으로 개별 입금되는 경우가 많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