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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런 두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팀이 1-2로 뒤지던 7회말이었다. 1사 2루 상황서 삼성 배영섭이 친 타구가 투수 옆을 스치고 중견수 방면으로 흘러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정근우였다. 어느새 빠른 발로 타구를 쫓아 공을 걷어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당연히 안타인 것으로 판단했던 2루주자 강명구는 이미 3루에서 오버런한 상태. 하지만 강명구의 '무대포 주루'에 두 사람이 역으로 당하고 말았다. 오버런 상태에서 한 번 멈춘 강명구를 본 정근우는 당연히 3루로 귀루할 것으로 판단, 3루수 최 정을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멈칫한 강명구는 곧바로 홈을 향해 뛰었다. 정근우가 공을 잡고 바로 3루로 던졌다면 아쉬움이 없었겠지만 사실 정근우는 공을 잡은 후 잠시동안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자의 모습을 본 후 상황 판단을 하겠다는 뜻. 하지만 정근우의 판단은 틀리고 말았다. 정규시즌과 같이 여유가 있었다면 홈으로 달리는 주자를 본 후 홈 송구로 승부를 걸 상황판단력을 갖춘 정근우였다.
물론, 두 사람의 플레이보다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선보인 강명구를 칭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긴장감이 덜한 정규시즌이었다면 SK 선수들이 이런 어설픈 수비를 보여줄 가능성은 적었다. 이 것이 한국시리즈다. 도무지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은 '야구기계'들도 긴장시키는 무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