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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포스트시즌 홈런에 숨겨진 규칙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18 09:44 | 최종수정 2012-10-18 09:44


롯데 홍성흔이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 2회 좌중월 솔로포를 날린 뒤 두 손을 치켜들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포스트시즌은 홈런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홈런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롯데가 홍성흔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추격전을 펼치며 결국 5대4의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는 1회말 SK 최 정에게 투런홈런을 맞았으나, 이어진 2회초 공격에서 홍성흔이 윤희상으로부터 좌중간 솔로포를 때려내면서 분위기를 빼앗아왔다. 전날에는 SK가 2회 이호준의 선제 솔포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며 2대1로 이겼다. 롯데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각각 박준서 용덕한의 결승 홈런을 앞세워 승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 홈런을 가만히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규칙'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각 팀의 전력 현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선발투수들, 초반을 조심하라

우선 이날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이번 포스트시즌서 터진 홈런은 7개다. 그 가운데 1~2회에만 5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초반 홈런이 유독 많다. 올해 정규시즌서 8개팀 합계 615개의 홈런 가운데 1,2회에 터진 것은 139개로 22.6%를 차지했다. 9이닝(연장제외) 기준으로 보면 1,2회 홈런수는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초반부터 대포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두산 최준석 윤석민, 롯데 홍성흔, SK 이호준과 최 정이 모두 2회 이전 홈런을 날렸다. 최준석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1회 투런포를 날리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석민은 4차전서 2회 선제 솔로홈런을 쳤지만, 팀이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최 정은 이날 롯데전서 1회말 선제 투런홈런을 날렸으나, 역시 팀이 역전패하는 바람에 부각되지 못했다.

왜 초반 홈런이 많은 것일까. 롯데와 SK의 불펜진이 강력함을 의미한다. 당초 이번 플레이오프는 불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불펜이 약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한 셋업맨 홍상삼이 막판 홈런 2개를 맞아 패하며 한계를 드러냈었다. 그러나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불펜진이 홈런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SK 역시 1,2차전서 불펜투수가 내준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상대적으로 롯데와 SK 모두 선발진이 약함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롯데 사도스키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1회 최준석에게 2점홈런을 얻어맞고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자진 강판했다.

왼손타자의 우월홈런을 보고싶다


또 하나의 특징은 홈런 7개중 6개가 오른손 타자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좌월 홈런이 6개라는 소리다. 왼쪽 타석에서 홈런을 친 선수는 박준서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오른손 거포였다. 정규시즌서 8개팀 왼손타자의 홈런 비율은 31.5%(615개중 194개)였다. 포스트시즌서는 14.3%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SK, 롯데, 두산 3팀을 통틀어 왼손 거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두산 김현수, 롯데 박종윤, SK 박정권 등이 왼손 거포라 할 수 있지만, 이날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뽑아내지 못했다. 역으로 보면 왼손 불펜투수들이 호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SK는 박희수 정우람 등 두 명의 왼손 투수가 셋업맨과 마무리를 맡고 있다. 롯데는 이명우가 왼손 타자들을 주로 상대한다. 이명우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5경기에 등판해 3이닝 3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홈런이라고 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실투다. 공이 한복판으로 쏠리거나 약간 높은 코스로 날아들 때 여지없이 홈런이 터진다. 플레이오프 들어서 터진 3개의 홈런을 봐도 그렇다. 1차전 이호준의 홈런은 왼손 유먼의 몸쪽 높은 141㎞짜리 밋밋한 직구를 공략한 것이었다. 2차전서 최 정은 송승준의 121㎞짜리 한복판 커브, 홍성흔은 윤희상의 130㎞짜리 가운데 약간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아치를 그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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