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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확 드는거에요. 그 덕분에 잡았죠."
그 장면을 다시 돌려보자. 런앤히트 작전이 걸리며 1루주자 홍성흔은 재빨리 2루로 내달렸다. 마침 타석에 들어선 대타 박준서 역시 김광현의 공을 툭 받아쳤다. 강한 타구는 아니었지만, 코스가 좋았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가 될 듯 했다.
그러나 한때 국내 최고의 유격수였던 박진만의 녹슬지 않은 기량이 이 안타를 막아냈다. 완만한 포물선을 그린 타구를 끝까지 쫓아간 박진만은 마지막 순간 다이빙을 하며 팔을 쭉 뻗어 공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곧바로 1루에 송구해 이미 2루 베이스에 안착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홍성흔마저 잡아냈다. 아웃카운트 2개가 박진만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달아오르던 롯데의 기세는 확 죽었고, SK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베테랑의 노련한 감각이 이상신호를 보내왔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진만의 본능이 움직인 것이다. 박진만은 "박준서가 타석에 나왔는데,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병살플레이를 일단 포기하고 원래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그때 바로 타구가 날아왔다. 마지막 순간에도 공이 멀어 다이빙까지 해서 잡았으니 아마 병살플레이 위치에 있었다면 분명 놓쳤을 것이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장면을 돌이켜보면 SK의 1차전 승리는 베테랑의 놀라운 본능 혹은 특유의 '가을 DNA'가 만들어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