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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수장을 보좌하는 참모진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프로야구가 수석코치의 '대이동'으로 장외에서 열기를 내뿜고 있다. 넥센이 KIA 이강철 투수코치를 수석코치로 데려온데 이어 한화는 80~90년대 타이거즈를 이끌었던 김성한 전 KIA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한국시리즈가 종료되면 일부 구단들도 수석코치를 포함해 대폭적인 코치진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두산도 세이부 감독을 지낸 이토 수석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면서 코치진 물갈이를 예고했다. 바야흐로 수석코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도대체 수석코치의 역할이 무엇이길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물망에 오르는 것일까.
이상적인 수석코치의 조건
무엇보다 수석코치는 감독과 마음이 잘 통해야 한다. 두터운 친분은 필수이며, 마음을 터놓고 충언할 수 있는 열정도 지녀야 한다. 코치진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경기를 보는 눈도 탁월해야 한다. 올해 선동열 감독이 KIA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순철 전 LG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한 것이나, LG 김기태 감독이 두산과 삼성, KIA에서 투수코치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한 조계현 수석코치를 데려온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선 감독과 이 코치는 야구판에서는 유명한 절친이다. 김기태 감독과 조 코치도 선수 시절부터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해 왔다. 수석코치는 또한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선수들 사이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 수석코치를 맡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엄한 선생님같이 선수들을 다독거릴 수 있어야 한다.
두산은 지난해 일본 야구의 명장 출신 이토 전 세이부 감독을 수석코치로 앉혀 주목을 받았다. 두산이 이토 코치에게 바랐던 역할은 선수단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초보 사령탑 김진욱 감독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반적인 전력 관리에 대한 기대치도 있었다. 시즌중에는 잠시 타격코치를 겸하기도 했다. 다른 팀 수석코치들에 비해 이토 코치에게는 많은 역할이 부여됐던게 사실이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김응용-유남호' 콤비가 위세를 떨쳤다. 둘은 해태와 삼성에서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숱한 우승을 이끌어냈다. 당시 유 코치의 역할은 선수단 총괄과 분위기 관리였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유 코치의 부드러움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최근에는 수석코치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선수단 총괄 못지않게 기술적인 지도력과 경기를 보는 안목, 인품까지도 수석코치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에 밝은 거물급 인사가 수석코치로 각광받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