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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넥센, 코치진 구성에서 나타난 정체성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15 09:35


김응용 신임 한화 감독이 10일 대전구장에 도착해 노재덕 단장의 안내를 받으며 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전=최만식 기자

정규시즌 중에 사령탑을 교체한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두 팀이 감독을 경질한 이유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히어로즈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김시진 감독을 경질하면서 좀 더 진취적인 젊은 리더십을 내세웠고, 한화는 사실상 꼴찌가 확정된 가운데 시즌을 포기한 듯한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지자 칼을 뽑아 들었다. 히어로즈는 전반기 한때 1위까지 치고올라가는 등 돌풍을 일으키다가 후반기 6위로 추락했다.

히어로즈와 한화 모두 구단 고위층이 김시진 감독과 한대화 감독에게 갖고 있던 신뢰가 깨지고, 실망감이 커지면서 교체 카드를 집어들었으나 성격이 달랐다. 히어로즈가 팀 특성을 이해하고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 반면, 한화는 팀 체질을 바꿔놓을 강력한 리더십을 원했다.

이래서 나온 게 1968년 생 염경엽과 1941년 생 김응용 감독이다.

염 감독과 김 감독 카드는 야구판에 적지않게 파문을 던졌다. 여러가지 면에서 상이한 두 감독이다. 염 감독은 스타선수 출신이 아니고 지도자로서 지명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2군 감독 경험은 물론, 아마팀을 지휘해본 적도 없으며, 코치 경력도 4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고,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하고, 무엇보다 공부하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지도자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8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 카드는 더 충격적이었다. 감독으로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고 삼성 사장과 고문까지 지낸 김 감독의 복귀를 예상한 야구인은 별로 없었다. 김 감독과 최연소 사령탑인 LG 김기태 감독(1969년 생)은 무려 28년 차이가 난다.

염 감독과 김 감독 중 어느 쪽이 더 파격일까. 얼핏보면 70대 베테랑 김 감독의 복귀가 더 크게 보인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한화는 철저하게 안정을 선택했고, 히어로즈는 도전에 베팅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8년 간 공백이 있었다고 하지만, 김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지도자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새 사령탑이 선임될 때마다 이런 저런 군말이 나도는데 김 감독의 한화행 후에는 이런 게 없다.

반면 히어로즈는 화려한 경력이나 이름값이 아니라 가능성, 비전을 우선시 했다. 확실하게 검증을 거친 기존의 감독 출신 지도자 대신 지도자 자질을 갖춘 염 감독에게 미래를 맡긴 것이다.


사령탑 선임 후 진행되고 있는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은 가장 먼저 은퇴한 지 1년이 안 된 이종범을 주루코치로 영입한데 이어, 김성한 전 KIA 감독을 수석코치로 불러들였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송진우, 장종훈, 정민철 등 기존 코치 7~8명이 남는다고 한다. 현재 드러난 코칭스태프 진용만 봐도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가장 화려하다.

이에 비해 히어로즈는 튀지 않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강철 KIA 투수코치, 최만호 한화 코치(38)가 합류할 것으로 보이고, 배터리 코치를 구하는 정도다. 이강철 코치는 염 감독의 2년 선배로 1966년 생이다. 젊은 팀 히어로즈는 코칭스태프도 젊은 지도자가 주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감독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추진하면서도 기존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부 인사를 수혈해 코칭스태프를 보강하더라도 팀 사정에 밝은 코치들을 유지해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시기에 감독을 경질하고 새 사령탑을 선임한 한화와 히어로즈. 안정과 혁신 카드 뒤에는 이렇게 변화와 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내년 시즌 양팀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흥미롭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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