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롯데는 두산에 7:2로 패배했습니다. 점수만 놓고 보면 롯데의 완패였지만 7회초 두산에 4실점하기 전까지는 1점차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습니다.
경기 중반까지 접전으로 이어지게 한 1등공신은 롯데 이승호였습니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가 1회초 3실점한 뒤 0.2이닝 만에 부상으로 인해 강판되어 경기 초반에 승부가 갈리는 듯싶었지만 두 번째 투수 이승호는 2사 1, 2루의 추가 실점 위기에 등판해 승계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고 이닝을 종료시키며 접전을 예고했습니다. 이후 이승호는 4회초까지 매 이닝 1명씩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11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펼쳐지는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서 사도스키에 이어 등판한 롯데 이승호가 5회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이승호.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0.11
5회초에는 투구수가 불펜 투수로서는 부담스러운 50개 안팎으로 늘어나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성배가 구원 등판해 불을 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승호는 3.2이닝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으로 호투하며 롱 릴리프로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만일 1회말 1사 만루, 2회말 2사 2루, 4회말 1사 3루 등의 기회를 살려 역전에 성공해 롯데가 승리했다면 이승호는 경기 MVP까지 노려볼 만 했습니다.
지난 1, 2차전에서 롯데는 경기 종반 역전승을 거뒀는데 승리를 지켜내며 2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거둔 것은 정대현이었습니다. 정대현은 10월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5로 앞선 연장 10회말에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내더니 10월 9일 2차전에서는 2:1로 앞선 9회말 무사 1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윤석민을 병살로 처리하며 롯데의 1점차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롯데 정대현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정대현은 볼 세개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10.09.
당초 롯데의 마무리는 김사율이었습니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 막판 김사율은 패전 투수가 되는 등 마무리로서 불안을 노출했습니다. 과연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로 통할 것인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 것입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준플레오프에 들어 정대현을 김사율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기용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경기를 매조지하는 마무리 투수로 기용된 것은 정대현이었습니다. 그만큼 양승호 감독의 정대현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습니다.
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롯데가 불펜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받은 이유는 바로 SK 출신의 FA 듀오 정대현과 이승호가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무릎 부상으로 8월에 1군에 복귀한 정대현은 실전 감각 부족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든든한 마무리로 자리 잡았으며 이승호는 구위가 떨어져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노련미를 앞세우며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습니다.
정대현과 이승호는 SK 출신 선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지녔으며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도 국가 대표에 선발된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과 대표팀 선발 경력을 지닌 투수는 롯데의 불펜은 물론 두산의 불펜에도 없습니다. 정대현과 이승호의 풍부한 경험은 매년 포스트시즌 첫 관문에서 탈락하는 악몽을 되풀이했던 롯데에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