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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빠지는 10승은 글쎄…"
가능하면 어떻게 해서든 류현진이 올시즌 10승을 거둘 수 있도록 등판 기회를 늘리는 등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어거지 10승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결국 한 감독대행이 선택한 것은 이른바 '모양 빠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 에이스의 자존심을 구기면서까지 10승이라는 목표에 전전긍긍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 순서대로라면 류현진은 앞으로 2경기에 더 등판할 수 있다. 시즌 10승은 류현진 개인은 물론 투수 출신인 한 감독대행도 반드시 만들어주고 싶은 기록이다.
투수가 프로 데뷔 이후 7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다는 게 무척 의미있는 업적이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개인 타이틀이 없는 한 감독대행으로서는 신인때부터 가르쳤던 애제자 류현진의 10승 기록에 대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비록 팀은 최하위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지만 소속 선수의 의미있는 기록을 챙겨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향후 등판 횟수를 늘려주고 싶었다. 5일 휴식 뒤 등판 원칙을 지키면 앞으로 2번의 기회가 있지만 4일 휴식 뒤 등판으로 일시 변경하면 3번의 등판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투구수를 조절하면 4일 휴식 뒤 등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삼성전에서 류현진이 9승 사냥에 실패한 게 너무 아쉬웠던 한 감독대행은 이같은 임시방편을 류현진에게 넌지시 제시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마음을 비운 듯했다. 굳이 4일 휴식으로 올시즌 유지했던 등판 타이밍을 뒤틀면서까지 10승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명색이 국내 최고의 에이스가 어거지로 10승에 목을 맨다는 인상을 주는 게 내심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휴식을 조정해서 등판 횟수를 늘릴 수 없다면 투수 운용의 묘를 발휘해 중간 계투로 투입시켜서 승리를 챙겨주는 방법도 있다.
이 역시 한 감독대행이 검토해보지 않은 게 아니다. 하지만 한 감독대행은 "중간계투로 투입하면서까지 승수를 늘리도록 하는 것은 에이스 류현진의 자존심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부터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 감독대행은 '모양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한 감독대행은 평소 '모양(자존심)'을 중요시한다. 주려 죽을진들 풀뿌리를 탐하지 않겠다는 선비정신과 비슷하다.
한 감독대행은 현역시절 다승왕을 놓고 경쟁할 때에도 '모양'때문에 다승왕을 놓친 적이 있다. 당시 시즌 후반기까지 17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1위를 달리던 한 감독대행은 감독으로부터 중간계투로 등판해서 승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받았다. 경쟁자가 똑같은 '비법(?)'으로 18승까지 챙겼기에 감독의 제안은 더 간절했다.
하지만 한 감독대행은 모양 빠지게 승수를 보태는 것은 싫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다승왕 타이틀을 챙기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감독대행은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런 소신을 갖고 있는 한 감독대행이 류현진에게 '꼼수'를 부리도록 권유할 리가 만무하다.
한 감독대행은 "류현진은 명색이 국내 최고 에이스로 꼽힌다. 정정당당하게 주어진 기회 안에서 10승을 달성하면 자랑스러운 것이고 억지로 10승을 만들려고 수를 썼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