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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 MVP 과연 가능한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9-16 15:40 | 최종수정 2012-09-16 15:40


넥센 박병호는 15일 현재 28홈런, 93타점으로 두 부문 석권이 유력해졌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 2007년 정규시즌 MVP는 두산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였다. 역대 최고 '용병 투수'로 평가받고 있는 리오스는 그해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을 기록하며 기자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리오스의 성적표가 워낙 화려했기 때문에 2위 이하의 선수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리오스 못지 않게 MVP 투표에서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었다. 2008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심정수다. 당시 심정수는 삼성의 4번타자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해 심정수는 31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두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다. 리오스와 치열한 MVP 경쟁을 펼칠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리오스의 압도적은 승리로 끝났다. 리오스가 외국인 선수 신분임에 MVP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심정수의 성적에 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심정수의 타율은 2할5푼8리로 MVP를 차지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였다. 수상까지는 아니었어도 적어도 리오스와 막상막하의 경쟁을 기대했던 삼성과 심정수 본인의 실망감은 대단히 컸다. 홈런-타점 2관왕에 오른 강타자가 MVP에서 밀린 것은 비단 심정수 뿐만이 아니다. 84년 이만수, 86년 김봉연, 90년 장종훈, 96년 박재홍, 2005년 서튼, 2006년 이대호, 2011년 최형우 등 당대 최고의 강타자들도 홈런-타점왕을 거머쥐고도 MVP 투표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경쟁자의 수치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시즌 MVP 경쟁 양상은 어떻게 될까. 15일 현재 넥센 박병호가 28홈런 93타점으로 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장타율에서도 5할6푼9리로 1위다. 지금 페이스라면 타격 3관왕이 유력하다. 과연 박병호는 시즌 MVP에 오를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30홈런, 100타점은 확실시 된다.

중요한 것은 경쟁자들의 활약상이다. 타율 4할을 노렸던 한화 김태균이 시즌 막판 페이스가 처지면서 박병호가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김태균은 이날 현재 타율 3할7푼1리로 4할 타율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김태균으로서는 타격왕과 출루율 등 2개 부분 석권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 타선의 중심으로 떠오른 박석민은 이날 현재 타율 3할7리에 23홈런, 87타점을 기록중이다. 수치 자체가 박병호보다 아래다. 다만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경우 팀성적면에서 박석민이 훨씬 많은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박석민의 팀동료 이승엽 역시 타율 3할1푼2리, 21홈런, 81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유력한 MVP로 거론되지는 않고 있다.

투수 부문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어 토종 선수들 가운데 MVP 후보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다승 공동 선두인 장원삼이 거론될 수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그리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결국 박병호가 MVP 경쟁에서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된 셈이다. 다만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팀성적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한편, 올해부터는 MVP와 신인왕에 대한 기자단 투표가 포스트시즌 직전 실시되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활약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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