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즌에 단 4개의 팀에만 허락되는 포스트시즌 티켓. 그 중 한 장을 얻기 위한 KIA의 도전기에 어둠이 짙게 드리웠다. 예상치 못한 LG전 스윕패배로 인해 '운명의 7연전'이 결국 2승5패의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번 3연전 이전까지 KIA가 올 시즌 LG에 11승4패1무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패배의 충격은 더 크다.
|
11일 현재 KIA는 정확히 112경기를 치러 52승 56패 4무로 5위를 기록 중이다. 4위 두산(113경기 58승 53패 2무)과는 4.5경기차 이며, 6위 넥센(113경기 52승 59패 2무)에는 고작 1.5경기 앞서있을 뿐이다.
일단 넥센에 역전당할 가능성은 배제해보자. 어차피 KIA의 4강 재진입 가능성과 그 확률을 따지는 데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두산과의 싸움만 남는다. 두산을 뛰어넘어야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다. 이 명제를 단순화하자면 이렇다. 'KIA가 4강에 재진입하기 위한 원칙. 남은 21경기에서 두산보다 훨씬 잘 해야 한다.'
'훨씬' 혹은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는 보통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그만큼 잔여경기수 대비 승차로 볼 때 KIA의 역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희박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시즌 막판, 특히나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은 매경기 총력전을 펼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남은 경기수도 고작 20경기 남짓이다. 그래서 KIA의 입장에서 '4.5경기' 저 앞쪽에 있는 두산은 잡힐 듯하지만,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느껴질 수 있다.
최소 승률 7할의 '좁은 문'
조금 더 정확하게 KIA가 처한 현실을 짚어보자. '경우의 수' 혹은 '확률 계산'으로 이 상황을 수치화해보면 KIA의 4강 재진입 목표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지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현재 두산의 승률은 0.523이다. 포스트시즌을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고 보면 남은 경기에서 두산은 최소한 현재의 승률 정도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즉, 주전 선수가 갑작스럽게 다친다거나 팀 분위기가 한꺼번에 와해되지 않는 한 두산은 최소 8승 이상은 달성할 전망이다. 최소 4할~5할이 두산의 남은 20경기에서의 기대 승률이다.
그렇다면 이때 KIA가 어느 정도 승수를 챙겨야 할까. 먼저 두산이 남은 20경기에서 정확히 승률 5할, 즉 10승10패를 거뒀을 경우다. 이렇게 되면 KIA는 최소 15승 이상을 거둬야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두산이 10승을 했을 때 KIA가 15승을 하면 시즌 67승62패4무로 두산(68승63패2무)과 승차가 같아진다. 그런데, 무승부가 많은 KIA가 승률에서 앞서 4위가 된다.
만약 두산이 10승 이상을 한다면. 당연히 KIA가 거둬야 하는 승수도 더 많아진다. '두산 11승-KIA 16승'하는 식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두산의 자력 4강 진출 매직넘버는 '16승'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물론, 이론상의 이야기다.
두산이 잔여경기에서 승률 5할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만약 승률 4할을 기록해 8승에 그친다면, KIA의 4강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두산이 잔여 20경기에서 8승만 얻는데 그치면, KIA는 13승을 거둬 4강에 오를 수 있다. '두산 8승-KIA 13승'을 기준으로 두산의 승수가 1승 낮아질 때마다 KIA의 '4강 진입' 필요승수도 1승씩 낮아진다.
그런데 이런 '숫자놀이'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아무리 경우의 수를 따지고, 가정을 해봐도 막상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론은 KIA가 4강 진입을 위해서는 상당히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 7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나서 두산이 5할 이하의 승률을 거두길 기대해야 한다. '승률 7할', 현재의 KIA 전력으로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지난한 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