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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왕조의 마지막 자존심, '타율 3할'은 양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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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원년부터 통산 10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낸 '타이거즈'는 전신인 해태와 현재 KIA를 합쳐 한 시즌에 3할 타자를 배출하지 못한 적이 30년 역사 가운데 1993년 단 한 차례 뿐이었다. 당시 신인 이종범이 2할8푼에 16홈런 53타점 73도루를 기록했고, 1루수 김성한이 타율 2할7푼3리 6홈런 그리고 포수 정회열이 2할7푼5리 7홈런을 달성했다.
타자들의 성적은 부진했어도, 팀의 우승이라는 위안이 있었기에 1993년의 '3할타자 전무' 현상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가 선수들의 개인 성적도 신통치 않다. 현재 이용규만이 도루(37개)와 득점(79개) 부문 1위에 올라있을 뿐 나머지 투타 선수들의 성적은 저조하다.
그런 이유로 정규타석을 소화한 '3할타자'의 등장이 간절하다. 현 상태로 가장 유력한 3할타자는 바로 베테랑 김원섭이다. 김원섭은 106경기에서 346타수 103안타로 타율 2할9푼8리를 기록했다. 3할에서 2리 밖에 떨어지지 않아 금세 3할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두 경기에서 멀티히트만 기록해도 3할대에 올라선다.
문제는 남은 23경기를 버텨줄 만한 체력이 남았느냐다. 원래 김원섭은 고질적인 간염증세 때문에 풀타임 출전이 힘들었다. 올해 이미 소화한 106경기도 역대 3번째 기록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데뷔 후 최다경기 출장도 예상된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는 셈이다. 이런 투혼을 타석에서의 집중력으로 이어갈 수만 있다면 김원섭의 3할 재등정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안치홍 젊은 호랑이의 날을 세울까
김원섭에 이어 3할에 도전하는 인물은 'KIA의 현재와 미래' 안치홍이다. 2009년 데뷔 이후 이제 겨우 4년차지만, 안치홍은 이미 그 존재감 자체로 'KIA의 현재'다. 팀의 주전 2루수이자 간판 중심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4년차에 22세라는 점 때문에 안치홍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서 'KIA의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안치홍도 시즌 후반들어 페이스의 저하로 고생하고 있다. 3할이 넘던 타율도 지금 2할9푼1리(109경기 405타수 118안타)까지 떨어졌다. 김원섭보다는 다소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안치홍이 3할 타율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향후 15타수 안에 8안타 이상을 쳐야 한다. 체력과 집중력이 많이 저하된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않은 목표다.
게다가 현재 안치홍은 중심타선에서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이다. 팀내에서 장타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몇 안되는 타자이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에게는 무조건 '제거대상'이 바로 안치홍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치홍으로서는 이러한 한계상황을 스스로 극복해야하는 미션을 받은 셈이다.
이런 미션을 풀어 줄 해법은 '몰아치기'에 있다. 안치홍은 올해 32차례의 '멀티히트'를 기록했는데, 8월 이후로는 9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잔여경기수가 많이 않기 때문에 한번 기세를 탔을 때 집중타를 쳐서 타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만이 '3할 회복'의 해결책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