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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불펜, 롱런하는 투수가 없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09-05 16:01 | 최종수정 2012-09-05 17:03


LG 정찬헌

9월 3일 LG 이동현이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어깨 통증 때문입니다. 전반기 LG 불펜을 이끌었으나 팔꿈치 통증으로 8월 13일 유원상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데 이어 이동현마저 이탈하면서 LG 불펜은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유원상과 이동현의 공백으로 인해 마무리 봉중근이 8회말 1사 후 조기에 등판해 5개의 아웃 카운트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LG가 다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하위권을 전전했던 이유로 취약한 불펜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살펴보면 불펜에 쓸만한 자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에는 정재복이 있었습니다. 정재복은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55경기에 등판해 71.2이닝을 소화하며 4승 10패 13세이브 10홀드로 고군분투했습니다. 하지만 정재복은 6점차로 벌어진 9회에도 등판해 경기를 매듭짓는 등 마운드에 자주 불려나왔습니다.

2009년에는 정찬헌이 있었습니다. 2년차였던 정찬헌은 55경기에 등판해 76.1이닝을 소화하며 6승 5패 2세이브 10홀드로 활약했습니다.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정재복과 함께 'JJ 듀오'라 불리며 LG의 불펜을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두 투수는 2009년의 잦은 등판으로 인해 2010년 'JJ듀오'라는 별명처럼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찬헌은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해 내년 소집해제를 기다리고 있으나 재기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정재복은 재활 이후 올 시즌에 선발 요원으로 돌아섰지만 묵직한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6월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1981년생인 정재복의 나이를 감안하면 과거의 구위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0년에는 각각 68경기에 등판한 이동현과 김광수가 있었습니다. 이동현은 74이닝을 소화하며 7승 3패 4세이브 15홀드를 기록했고 김광수는 76.2이닝을 소화하며 4승 5패 8세이브 8홀드를 기록했습니다. 두 투수는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된 시즌 막판에도 연투한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2011년에는 나란히 부진했습니다. 이동현의 평균 자책점은 2010년의 3.5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되는 6.27까지 치솟았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거론되던 김광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다 한화로 트레이드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임찬규, 한희, 김선규가 있었습니다. 신인 임찬규는 롱 릴리프, 마무리, 셋업맨을 거쳐 선발 투수까지 투수의 모든 보직을 한 시즌 동안 경험하며 65경기에 등판해 무려 82.2이닝을 소화하며 9승 6패 7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한희는 47경기에 등판해 67.1이닝을 소화하며 2승 1패 7홀드를, 김선규는 61경기에 등판해 66.2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13홀드를 기록했습니다. 임찬규와 김선규는 2경기에 한 번 꼴로 마운드에 불려나왔으며 한희는 시즌 막판 집중적으로 등판했습니다. 하지만 2011 시즌에 무리한 세 명의 투수는 올 시즌 1군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9일 인천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SK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5-5 동점인 가운데 연장 12회말 2사 SK 이호준의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며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LG 투수 이동현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7.29/
대신 올 시즌에는 유원상과 이동현의 불펜을 책임졌습니다. 유원상은 49경기에 등판해 64.1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고 이동현은 47경기에 등판해 53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6홀드를 기록했습니다. 유원상이 시즌 초부터 7월까지 LG의 불펜을 책임졌다면 이동현은 6월부터 8월까지 리드 여부와 무관하게 등판이 잦았습니다. 결국 두 투수는 모두 1군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올 시즌까지 5년 동안 매년 LG의 불펜에는 두 명 정도 믿을만한 투수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롱런한 투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 시즌 동안의 잦은 등판으로 인해 다음 시즌에는 구위 저하나 수술 및 재활 등으로 이어져 1군 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LG의 감독들은 매년 새로운 불펜 투수를 원점에서부터 발굴하는 데 골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나열한 투수들이 제 기량을 유지하며 꾸준히 불펜을 지키고 있었다면 LG의 성적은 현재와는 달랐을 것입니다.

등판 간격을 준수하는 선발 투수와 앞서는 경기의 1이닝만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와 달리 불펜 투수는 '마당쇠'라 불릴 정도로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자주 등판하며 투수 중에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보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8개 구단의 모든 불펜 투수들이 1년만 호투하고 이듬해는 부진했던 것은 아닙니다. 삼성의 경우 강력한 마무리 오승환의 존재도 있지만 정현욱, 권혁, 안지만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롱런하며 팀의 상위권 유지에 이바지해왔습니다. 삼성의 불펜은 이듬해를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아니라 매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상수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습니다.

LG의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임기 2년차인 내년 시즌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불펜이 취약하다면 LG는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기태 감독이 불펜 투수 기용에 대해 지난 5년간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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