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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울 수 있다. 첫 경기 상대가 바뀐 건 플러스 알파 요소다."
이 감독의 말대로 베네수엘라와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달랐다. 베네수엘라 선수단은 파이팅이 넘치다 못해 흥겨워 보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덕아웃에서 빈 페트병을 두드리며 여느 응원단 못지 않은 응원을 보냈다.
반면 대표팀은 말 보다는 실력을 내세우는 듯 했다. 매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긴장한 탓일까, 아니면 너무 의욕이 넘쳐서일까. 이 감독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플레이가 연이어졌다.
2회에는 절호의 득점 찬스를 허무하게 날렸다. 1사 1루서 터진 한승택의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2루타 때 1루주자 송준석이 홈까지 내달렸지만, 우익수-2루수-포수로 이어진 깔끔한 중계플레이에 홈에서 아웃됐다. 1사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홈으로 파고드는 건 무리였다.
대표팀은 앞선 실수를 잊고 3회 선취점을 만들었다. 2사 2후 상황에서 4번타자 윤대영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심재윤의 중전안타 때 3루까지 내달린 윤대영은 포수의 송구가 2루로 향하는 사이 홈스틸까지 해냈다. 치고 달려 혼자 2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표팀은 다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4회엔 무리한 도루 시도에 3루주자가 횡사했고, 5회 1사 1,2루서는 더블 스틸을 시도하다 3루에서 잡혔다. 볼카운트 2B2S에서 이우성이 삼진을 먹으면서 동시에 윤대영이 3루에서 아웃돼 이닝 종료. 풀카운트가 아님에도 무리하게 더블 스틸을 시도한 게 화근이었다.
6회에도 선두타자가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곧바로 견제 아웃되며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6회까지 11안타 5볼넷에도 2득점에 그친 빈공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엔 에이스 윤형배가 있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윤형배는 마무리다. 하지만 롱릴리프로 갈 수도 있다"며 "이기는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5회부터 내보내 경기 끝까지 맡길 수도 있다"고 필승 의지를 밝혔다.
타선이 답답한 모습을 보이자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윤형배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형배는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네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나오자마자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초고교급 대어로 NC에 우선지명된 실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6회 아웃카운트 2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직구만 던져도 충분했다. 140㎞대 중후반의 공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꽂혔다.
7회엔 묵직한 구위가 돋보였다. 공교롭게도 세 타자 연속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역시 직구 승부였다. 강력한 볼끝에 배트가 밀렸다. 타구는 모두 힘없이 2루수 앞으로 향했다.
윤형배는 8회 수비 실책으로 무사 2루 위기를 맞았다. 상대 희생번트가 이어져 1사 1,3루. 상대는 스퀴즈 사인을 냈다. 하지만 윤형배는 번트를 댈 수 없도록 낮은 쪽으로 공을 뿌렸다. 3루주자를 잡아내며 더이상의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윤형배의 호투로 한국은 베네수엘라에 2대1, 신승을 거뒀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