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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공격의 흐름은 '돌격대장'이 뚫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은 다시 돌파구를 찾아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금 부각되는 것이 공격의 '선봉장'이자 '돌격대장'인 이용규의 역할이다. 지휘관인 선동열 감독도 "이용규가 나서줘야 할 때"라며 답답한 KIA 공격의 정체현상을 뚫을 적임자로 이용규를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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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도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발'은 곧 주루 플레이와 도루 능력을 뜻한다. 도구(=배트)를 이용해야 하는 타격감은 곧잘 침체기에 빠질 수 있어도 신체에 배어있는 달리는 능력은 부상이 아니고서는 침체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일선 지도자들은 타격감의 저하로 팀 공격력이 원활치 않을 때 한 박자 빠른 주루플레이를 주문하거나 발빠른 타자들을 전면에 집중배치해 팀 플레이를 극대화하려 한다.
시즌 초반부터 중심타자들의 이탈로 타선의 힘이 약했던 KIA 역시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득점력을 보완해왔다. 이는 KIA의 팀 도루수가 전체 3위(108개)이며 희생번트가 유일하게 세 자릿수(107개)를 기록하고 있다는 데서 입증된다. 어떻게든 누상에 나가면 많이 뛰었고, 타석에서는 한 베이스 더 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결과다.
이러한 작전운용의 선봉에 서 있던 것이 바로 부동의 리드 오프인 이용규였다. 이용규는 시즌 초반 왼쪽 손가락 부상으로 침체를 겪었다. 4월 한달간은 타율이 2할1푼(16경기 62타수 13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격언을 입증하듯 이때도 여전히 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어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한 5월 이후 꾸준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한편, 기동력의 돌격대장으로서 제 몫을 해왔다. 결국 현재 이용규는 득점(75개)과 도루(35개)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모습은 요즘같은 격동의 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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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후반기 들어 KIA는 이용규가 살아난 경기에서는 손쉽게 승리를 쟁취했다. 선 감독이 이용규의 분전을 기대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납득된다. 팀 공격의 가장 첫 주자인 이용규가 살아나가서 상대 내야진을 수차례 흔들어놓을 경우, 팀의 득점력이 나아지고 더불어 팀 동료들의 타격도 좋아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득점과 도루 1위가 입증하듯 이용규는 테이블세터로서 가능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해 뛰고 또 뛴다. 스스로 "내 자존심"이라고 했던 타율 2할8푼 고지를 회복한 이용규는 5월 이후 KIA가 잘 할 때마다 늘 '최고의 리드오프' 다운 활약을 펼쳤다. 반대로 말하면 이용규가 펄펄 날면, KIA도 자주 이겼다.
올해 이용규는 총 30차례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용규가 멀티히트를 기록했을 때 KIA는 18승11패1무를 기록했다. 승률이 6할이 넘는다. 특히나 후반기 들어서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된다. 이용규가 후반기에 기록한 8차례의 멀티히트 경기에서 KIA는 6승을 챙겼다. 승률이 무려 7할5푼이다. 이러니 선 감독이 이용규의 '멀티히트'를 응원하고 바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멀티히트'의 이용규는 KIA 승리의 아이콘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용규가 좀 더 정확한 타격으로 누상에 나가는 기회가 늘어나면 슬럼프가 없는 빠른 발을 이용해 팀에 손쉬운 득점 기회를 자주 그리고 많이 제공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이는 현재 KIA 타선의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KIA는 공격에서 중심타선이 사라진 상황이다. 이범호 김상현 최희섭의 부상 이탈로 인해 클러치 능력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나지완이나 안치홍 김원섭 등이 클린업트리오의 새 구성원인데, 힘과 정확도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규가 더욱 분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득점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본연의 임무가 한층 좋아지면, 침체된 KIA 타선이더라도 점수를 뽑아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이용규의 두 발에 팀의 사활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