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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대화 감독을 두번 죽였다

기사입력 2012-08-28 17:22 | 최종수정 2012-08-28 17:33

[포토]어두운한대화감독
27일 감독직을 사임한 한화 이글스 한대화 감독이 28일 오후 선수단 미팅에서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구장을 찾았다. 한 감독은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감독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대화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며 들어서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8.28/

한화 한대화 감독이 결국 중도 하차했다.

한 감독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그가 부임(2009년 9월)한 이후 3시즌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임 첫 시즌(2010년) 최하위였던 한 감독은 2011년 공동 6위로 도약하며 가능성을 엿보여 한때 '야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무대로 복귀한 김태균과 박찬호까지 영입한 올시즌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아 한 번도 꼴찌 탈출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야구판에서는 시즌 중반 이후부터 한 감독이 올시즌을 끝으로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임기만료 뒤 재계약 포기가 아니라 시즌을 불과 1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전격 경질이어서 한화 내부 관계자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화 구단은 자진사퇴로 발표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한 감독의 퇴진 과정에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그 막전막후에 한화 구단의 아마추어적인 일처리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국민적인 야구스타 출신 한대화를 두 번 죽인 꼴을 낳았고, 감독대행 체제 선택에서도 실기하는 등 오점 투성이였다.

한대화 감독을 두 번 죽였다.

한화 구단은 이번에 자랑처럼 여겨오던 한화그룹의 정신 '의리와 신용'을 스스로 저버렸다. 구단의 정승진 사장은 지난 7월 초 "시즌 중 감독 교체는 없다"고 천명했다. 정 사장은 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 회식 자리에서 "한 감독을 중심으로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한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당시 올스타전(7월 21일) 브레이크를 앞두고 감독 교체설이 급부상하자 잡음을 사전 차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이에 대해 구단측은 그룹의 정신에 따라 "한번 일을 맡겼으면 끝까지 의리를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개월 만에 임기보장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한화 구단은 약속을 어긴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 감독을 두 번 죽인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감독은 교체설이 자꾸 불거지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진작부터 내비쳤다고 한다. 그런 한 감독을 감언이설로 붙잡아 놓고는 대체용병 영입 등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었고, 구단측 입맛대로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면서 양 팔이 잘린 '허수아비 사령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사이 한 감독은 내적으로는 권위를 상실한 채 처절하게 외로운 사령탑이 됐고, 외적으로는 팬들로부터 자리나 연명하는 사람으로 더 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 부작용은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갔다. 선수들까지 감독의 재계약 불가를 예측하는 마당에 감독까지 의욕을 빼앗겼으니 경기내용이 좋을 리 없었다. 거듭되는 부실 플레이에 선수는 선수대로, 팬들은 팬대로 스크레스만 쌓여갔고, 프로야구 전체 판도의 흥미에도 저해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한 감독은 강도높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진작에 떠나겠다는 그를 더 큰 고난 속에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전격 경질로 두 번이나 상처를 준 것이다. 국민 스타 출신이 아니더라도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아니었다.


어설픈 대행체제로 분위기 쇄신?

최근 한화는 극도로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왔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레임덕'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 감독의 임기만료가 뻔한 상태에서 코치와 선수들 사이에서 감독의 '령(令)'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치와 선수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흉흉한 분위기로 인해 이미 '끈 떨어진' 감독의 권위를 염두에 둘 리가 없었다. 당연한 결과로 조직력이 흐트러졌고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최하위의 성적이 계속 이어졌으니 팀 분위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자 '언제까지 이런 무기력 상태를 방치할 것인가. 이왕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특단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시기를 너무 놓쳤다. 시즌을 불과 1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감독을 경질하고 감독대행 체제로 급한 불을 끄려고 했지만 과연 극약처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즌 상반기 이후 한 감독이 떠난다고 했을 때 진작에 퇴로를 열어주고 감독대행 체제로 돌아섰을 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보통 감독대행은 대행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차기 감독으로 연착륙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감독대행은 강력한 권위를 확보할 수 있고 흐트러진 조직력도 재정비할 수 있다. 한화의 무기력 플레이 행진도 2개월 정도는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한 감독으로서도 무거운 짐을 덜고 후임 감독대행에게 인수인계를 할 시간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팎의 상처만 가득 남긴 채 부랴부랴 출범한 대행체제에게 남은 1개월 동안 어떤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또다른 감독대행 희생자를 낳을 우려가 크다.

감독 경질 진작부터 준비됐다?

타 구단의 한 관계자는 "장사 한두 번 하나? 그동안 구단이 행한 행태를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한 감독을 일찌감치 버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의 올시즌 성적이 꼬인 것은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 배스를 잘못 영입하고 나서다. 배스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기대이하였고 막상 시즌이 시작돼서도 어이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배스가 공식 퇴출된 것은 지난 5월 19일이지만 4월 중순부터 교체얘기가 나왔다. 그 사이 한화는 초반부터 최하위 성적으로 떨어졌다. 6월 5일 배스의 대체선수로 션 헨을 영입했지만 이 역시 함량미달로 1개월 20일 만에 방출됐다. 외국인선수 농사 실패로 인해 한화는 187일이나 헛심을 썼고, 성적은 더 추락했다. 외국인선수 영입은 감독 소관이 아니다. 구단 고위층과 운영팀이 맡는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배스의 대체선수로 션 헨을 낙점하기까지 근 2개월이 소요됐다. 구단의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이다. 한 야구인은 "시즌 초반이라 서둘러 대책을 제대로 세웠다면 성적 만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면 외국인선수 영입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서 "구단이 자신들의 책임으로 돌아올까봐 외국인선수 영입 실패를 빨리 인정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한화가 그동안 3차례 코칭스태프 보직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감독의사는 거의 무시된 채 구단 측의 입김이 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감독의 권한은 일찌감치 외면받은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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