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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최고 153㎞, 싱커는 158㎞?
보통 직구라 언급하는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이다. 쉽게 말하면 '정통' 패스트볼이다. 싱커는 '가라앉는다'는 특성으로 명명된 구종. 흔히 줄여서 싱커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싱킹 패스트볼'이다. '변형' 패스트볼의 일종이다. 싱커는 직구처럼 날아가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우타자 몸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싱커의 최대 강점은 역시 빠르다는 것이다. 소사는 특이 케이스지만, 싱커를 주무기로 삼는 다른 투수들 역시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의 최고 구속 차이가 4~5㎞ 정도 날 뿐이다. 빠르다는 강점에 갑작스러운 무브먼트를 더해 이론에 맞게 완벽히 구사할 수만 있다면, 만화에서나 볼 법한 '마구'처럼 보일 수 있는 공이다.
그렇다면 소사의 싱커가 포심 패스트볼보다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에 대해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낮은 공과 높은 공의 구속 차이에서 해답을 찾았다.
양 위원은 "흔히 스트라이크존 위로 날아가는 공보다 낮게 들어가는 공이 빠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각적으론 높은 공이 마지막에 떠오르는 것처럼 보여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낮게 제구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공을 더 세게 찍어눌러야 한다. 릴리스 순간에 공에 힘이 더 세게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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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의 경우 정확히 이 케이스에 부합한다. 싱커라는 공의 존재 목적 자체가 떨어뜨리기 위해 존재한다. 다른 브레이킹 계열의 변화구도 있겠지만, 이 경우엔 스피드가 동반되지 않는다. 공을 던질 때 손목이나 손가락에 힘을 강하게 줘야만 훌륭한 싱커가 나올 수 있다.
또한 두 손가락의 힘이 공의 중심에 정확히 전달되는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을 제외하곤, 싱커가 유일하다. 다른 변형 패스트볼보다 싱커의 구속이 월등히 빠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양 위원은 이에 대해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는 두 손가락의 힘이 정확히 공 중심에 전달된다"며 "하지만 컷 패스트볼은 슬라이더처럼 공의 측면에 회전을 준다. 손목을 완전히 쓰지 않는다. 투심 패스트볼의 경우 던지는 방법은 싱커와 유사하지만, 실밥을 잡는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소사는 자신의 싱커에 대해 "직구 그립을 잡고, 변화구를 던지듯 손목을 바깥쪽으로 비틀어 던진다"고 말한 바 있다. 공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의 힘은 동일한데 여기에 손목 힘이 가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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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는 23일 광주 LG전에서 위기 때 싱커를 꺼내 들었다.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이던 소사는 LG 타순이 한 바퀴 돌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LG 타자들은 소사의 직구나 싱커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전력분석팀 기록에는 포크볼)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4회 시작과 함께 나온 오지환 이병규의 안타가 모두 밋밋한 체인지업에서 나왔다. 결국 선취점을 내줬고, 이어진 2사 1루서는 이진영에게 바깥쪽 슬라이더를 얻어 맞아 2루타를 허용해 추가 실점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좌타자들이었다. 소사는 좌타자를 상대로 싱커보다는 다른 공에 집중했다. 하지만 5회 무사 만루 위기를 맞자 완전히 볼배합을 바꿨다. 오지환 이대형 이병규, 좌타자 3명을 상대로 싱커만을 던졌다.
소사는 오지환을 153㎞짜리 싱커로, 이대형을 155㎞짜리 싱커로 잡아냈다. 둘 다 헛스윙 삼진. 빠르기에 급격한 무브먼트까지 갖춘 소사의 싱커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병규는 153㎞짜리 싱커에 1루 땅볼로 아웃. 무사 만루의 위기를 빛나는 싱커를 통해 극적으로 넘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싱커 최고구속이었던 158㎞는 이대형에게 던진 3구째 공에서 나왔다.
5회 이후 소사는 극단적으로 싱커 비율을 높였다. 이날 총 96개의 공을 던지면서 총 60개의 싱커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43개, 볼 17개로 제구 또한 완벽했다. 포심 패스트볼은 고작 13개를 던지는 데 그쳤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싱커를 사랑해도 괜찮은 것일까. 양상문 위원은 "소사는 빠른 공에 각도가 없는 투수다. 니퍼트나 나이트, 밴헤켄 등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직구에 각도가 있다"며 "소사의 경우 이 불리한 조건에서 싱커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 타자들에게 곧게 가는 정직한 직구가 점점 익숙해진 터. 이젠 싱커로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상의 위험은 없을까. 양 위원은 "싱커는 마지막 순간에 누르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통 직구보다는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하지만 포크볼처럼 큰 부상 위험성을 갖고 있는 구종은 아니다. 소사 입장에서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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