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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1번타자로는 오지환을 써보겠다."
하지만 LG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시즌 전부터 많은 공을 들인 이대형이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이대형과 1번과 2번을 번갈아 맡던 박용택은 중심타선으로 이동한 뒤였다.
게다가 오지환은 LG 타선에서 유일하게 20대 초반인 선수다. 가뜩이나 리빌딩이 늦은 LG에서 기댈 곳은 젊은 오지환 밖에 없었다. 오지환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가장 달라진 건 역시 출루율이다. 오지환은 "1번타자기 때문에 최대한 출루를 많이 하려고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반기 출루율은 3할2푼5리였지만, 후반기엔 3할5푼4리로 높아졌다. 장타율이 4할3리에서 3할9푼3리로 조금 낮아진 대신, 가볍게 맞히는 타격에 집중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안타 외에 출루에 가장 좋은 수단인 볼넷은 늘었을까. 상대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것 역시 1번타자의 덕목 중 하나다. 아직 지표가 크지 않아서인지 타석당 상대투수의 투구수는 전반기와 후반기가 3.9개로 동일했다. 타석당 볼넷 역시 0.10개로 같았다.
대신 삼진 비율이 줄어든 게 눈에 띈다. 전반기 타석당 삼진이 0.26개였는데 후반기엔 0.20개로 줄었다. 오지환은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0년, 가능성을 보임과 동시에 삼진왕(137개)의 오명을 얻었다. 올시즌에도 96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조금씩 삼진으로 물러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사실 오지환은 데뷔 후 강한 손목힘에 의존해 장타를 기대하는 타격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스윙 궤도가 들쭉날쭉했다. 방망이 중심에 맞았다 하면 잘 뻗어나갔지만, 확률이 보장이 안되는 타자였던 것이다.
여기에 변화구 대처능력에 비해 직구에 헛스윙하는 비율이 높았다. 대부분 타자는 직구는 잘 쳐도,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지게 마련. 하지만 오지환은 스윙이 불안정하다 보니, 다른 이들과는 정반대로 직구에 약한 면모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젠 직구에 어정쩡하게 헛스윙하는 일은 없다. 김무관 타격코치의 집중지도 아래 강하게만 치려던 습관을 버리고, 언제나 자기 스윙을 하는 타자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그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1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회초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고, 도루와 상대실책으로 3루에 안착했다. 이어진 정성훈의 2루타로 선취득점까지 해냈다.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번타자 변신 후 최고의 기록이다.
오지환은 어느새 여느 톱타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공포의 2할4푼대 타자가 되겠다"는 오지환의 꿈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그것도 새로운 LG의 1번타자로.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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