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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발 출격 명령을 받은 류현진이 한화 선수단 훈련이 끝난 뒤 덕아웃에 나타나자 선배 이진영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더우니까 수건 좀 갖다달라"는 이진영에게 "왜 우리팀 수건을 쓰려고 심부름까지 시키냐"며 재치있게 맞선 류현진은 이진영에 대해 살짝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진영은 "오늘 너무 전력투구하지 말고 살살하라"며 류현진의 약을 살짝 올렸다. 그러자 류현진이 외쳤다. "형, 무슨 소리야. 나 지금 5승이야(올시즌 5승밖에 챙기지 못했다는 뜻).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올시즌 지독하게 승운이 없는 류현진의 강력한 필승다짐이자 애절한 절규처럼 들렸다.
이진영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류현진은 마운드에서도 기필코 6승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3회초 박용택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제점을 내줬지만 3회말 곧바로 동점을 만들어준 타선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류현진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올시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호투를 날려버린 악몽이 또다시 재현된 것이다.
LG는 16일 현재 득점권 타율이 2할4푼8리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전체 6위의 한화(2할6푼5리)는 LG에 비하면 한결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 득점 찬스에서는 한화가 LG보다 훨씬 부진했다. 지독스럽다고 할 정도로 득점찬스를 연신 날려버렸다.
한화는 이날 7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루하는데 성공했다. 출루 정도에 그친 게 아니다. 4회말 1사 1루 상황을 제외하면 나머지 5이닝 동안 계속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3회말 2사 2루에서 김태균의 적시타로 동점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이없이 득점에 실패하기를 거듭했다.
한화 타자들에게 강했던 LG 선발 리즈를 맞아 "득점 찬스때 한 번만 제대로 몰아쳐서 리즈를 당황하게 만들면 이길 수 있다"던 한대화 감독의 구상도 여지없이 엇나갔다.
결국 5회초 김태완의 스퀴즈번트에 추가실점을 하며 맥이 더 풀려버린 류현진은 올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만족해야 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 동안 투구수(98개) 관리도 잘하며 6탈삼진 2볼넷 7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역시나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시즌 10승의 꿈도 더 멀어졌다.
류현진이 한 말대로 불쌍한 하루였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