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KIA의 경기가 열린 16일 잠실구장. 경기 전 푸른 눈의 한 백인 남성이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LG 고참급 선수들과 코치, 그리고 김기태 감독까지 모르는 이가 없었다. 바로 지난 98년과 99년, 한국 무대에서 뛰었던 마이클 앤더슨(46)이었다.
앤더슨은 LG에서 첫 해를 보낸 뒤 99년에는 쌍방울과 계약해 선발투수로 뛰었다. 19경기서 2승9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한 뒤 쓸쓸히 한국무대를 떠났다.
앤더슨은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통역이었던 커티스 정과 함께 LG 김기태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김 감독이 98년 말 쌍방울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돼 한 팀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앤더슨은 김 감독을 잘 알고 있었다. 앤더슨은 김 감독이 홈런을 칠 때 방망이를 놓는 동작을 따라하며 "요즘에도 타격 실력이 여전하냐?"고 했고, 김 감독은 "얼마 전에 경기를 뛰었는데 전부 땅볼이더라"며 손사래를 쳤다.
앤더슨은 마이너 코치 시절 선수들에게 한국야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했다. 한국 생활 2년 간 좋은 기억을 많이 가져갔다고. 또한 그는 "선수에서 코치, 스카우트로 점점 그라운드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멀어질수록 점점 야구가 더 쉬워지는 것 같다. 좀더 멀리서,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니 과거와 또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들은 김 감독은 "역시 현장이 제일 어렵다"며 앤더슨을 거들었다.
앤더슨은 LG 시절 룸메이트였던 손 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아다니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LG에서 함께 뛰었던 차명석, 유지현 코치와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최동수, 이병규는 물론, 함께 쌍방울 유니폼을 입었던 최태원 코치와 이진영과도 반갑게 해후했다. KIA 선수단 훈련이 끝난 뒤엔 최향남과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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