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IA 발목잡은 2번의 주루사, 왜?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8-13 01:16 | 최종수정 2012-08-13 06:53


11일 광주 롯데전 3회말 1사 만루에서 KIA 김원섭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주자 차일목이 홈으로 뛰다 돌아오면서 졸지에 런다운에 걸린 2루주자 김선빈이 롯데 유격수 박준서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11/

12일 광주 롯데전 5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2루주자 나지완이 김선빈의 중전 적시타 때 3루쪽 송구가 뒤로 빠지는 틈을 타 홈까지 달렸지만 백업한 최대성의 송구를 받은 롯데 포수 강민호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12/

KIA 상승세가 롯데에 발목을 잡혔다. 주말 경기 2전 전패.

이번 주말 경기는 KIA에게 무척 중요했다. 3위 롯데에 0.5게임 차 뒤진 4위. 위닝 시리즈면 시즌 첫 3위 탈환이 가능했다. 기대도 컸다. 객관적으로 5연승 중이던 KIA가 유리해보였다. 롯데는 에이스 유먼이 로테이션 상 등판할 수 없었다. 롯데의 선발로테이션은 3경기 중 한번은 '땜빵'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희망대로 3연전 첫경기부터 비가 왔다. 우천 취소. 롯데로선 일단 '땜빵 선발' 경기를 없앴다. KIA로선 왠지 불안했던 빗줄기. 주말 2경기 모두 풀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주루사가 나왔다. 롯데에게 졌다기 보다 두번의 주루사로 자멸했다. 왜 그랬을까.

추격에 찬 물 끼얹은 주루사 두 장면

11일 광주 롯데전. 0-1로 뒤진 3회말 1사 만루. 1B1S에서 김원섭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122km짜리 변화구를 잘 잡아당겼다. 우익수 쪽 넉넉한 희생플라이성 타구. 우익수는 2루수에게 중계를 했다. 공을 받은 2루수의 몸은 3루 쪽으로 정열돼 있었다. 공을 한번 떨어뜨린데다 아예 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당연히 1점은 내주고 2루주자가 3루가는 걸 묶겠다는 의도였다. 유격수도 3루쪽 송구에 방해되지 않도록 몸을 숙여줬다. 그런데 3루주자 차일목은 홈으로 가다 느닷없이 3루로 돌아왔다. 3루로 향하던 김선빈이 갈 곳이 없어졌다. 달려온 유격수에 의해 태그 아웃.

12일 광주 롯데전. 1-4로 추격한 5회말 무사 만루. 김선빈이 깨끗한 중전 안타를 쳤다. 롯데 중견수 전준우가 왼손 글러브를 살짝 들어올리는 페인트 모션을 취했다. 2루주자 나지완이 속았다. 2루로 돌아가다 안타가 되는 걸 뒤늦게 확인하고 3루로 달렸다. 접전 상황. 하지만 3루수가 공을 뒤로 빠뜨렸다. 나지완은 홈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백업한 투수 최대성의 재빠른 송구에 태그 아웃.

지나친 의욕과 부담이 주루사를 불렀다

주루사는 추격자에게 있어 최악의 적이다. 특히 흐름의 스포츠인 야구는 더욱 그렇다. 뒤지고 있는 팀에게 역전 분위기와 기회는 반드시 찾아 온다. 그 흐름을 끊는 주범이 바로 주루사다. KIA가 범한 두차례의 주루사가 모두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나왔다. 흐름이 끊겼다. 승패를 가른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 주루사는 왜 나왔을까. KIA의 최근 상황을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KIA의 최근 승리공식은 막강한 선발진을 활용한 지키는 야구였다. 득점력은 늘 2% 부족하고 아쉬웠다. 넉넉한 득점지원은 드물었다. 팀 홈런 최하위, 희생번트 1위의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주포 이범호 김상현이 2군에 있고, 최희섭의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남은 야수들도 팀이 처한 상황을 잘 안다. 어깨가 무겁다. 선수 하나 하나가 느끼는 책임감이 평소보다 크다. 그러다보니 주루 플레이가 위축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점점 신중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귀한 주자기 때문이다. 몇 안되는 득점권 주자일 경우 공격적인 주루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최근 도루 시도도 뚝 떨어졌다.

이번에 나온 두차례 주루사 모두 지나친 신중함이 원인이었다. 차일목은 순간 '홈에서 죽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3루로 발걸음을 돌렸다. 너무 잘하려다가 나온 판단 미스였다. 나지완도 마찬가지. 김선빈의 직선타에 2루로 발걸음을 돌렸다. 전준우가 페인트 모션을 취했지만 조금 빨리 야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궤적이란 판단을 했어야 했다. 3루에서 아웃당할 뻔 했다. 역시 '혹시 중견수에게 잡혀 2루에서 더블아웃을 당하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때문이었다. 홈에서의 태그아웃은 나지완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백업을 한 최대성의 파인 플레이였다. 하지만 나지완이 판단을 조금 과감하게 했더라면 3루 송구가 이뤄지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비단 차일목 나지완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KIA 야수들은 잘해보려는 의욕이 크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주루플레이가 소극적이 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 하지만 득점력이 떨어지는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공격적인 주루플레이가 필요하다. 소극적 주루플레이로는 가뜩이나 빈약한 득점력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뛸 수 있는 벤치 분위기를 만들어주려는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한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