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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력을 다할 때가 아니다."
김 감독도 다른 구단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감독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다. 다른 구단이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을 이유가 없다. 김 감독도 "나도 당연히 1위를 차지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현재 삼성 추월에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 건 남은 정규리그 판도에 대해 치밀한 분석을 마쳤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김 감독은 야망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숨기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김 감독은 10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20경기를 남겨두고 진짜 마지막 스퍼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이날 경기 포함 38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다.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당분간은 정공법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의 확실한 철학이 바탕이 된 계획이다. 김 감독은 "현재 판도를 봤을 때 올시즌 순위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결국 시즌 막판 힘을 비축한 팀이 유리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라톤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매 경기 작전이 달라진다. 자신의 상태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들의 컨디션, 남은 코스 등을 잘 파악해 승부 시점을 걸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토대로 일찌감치 스퍼트를 할 것인지, 경기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다 승부를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빠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결국 두산이 올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청사진은 그려졌다. 막판까지 숨고르기를 잘 하다 고지를 남겨두고 아껴둔 힘을 모두 쏟아내며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것이다. 그 때까지의 순위는 두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