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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진이 많이 컸네."
올시즌 성적도 최하위로 처진 지 오래, 구단은 리빌딩에 중점을 두고 시즌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마운드 쪽에서는 선발과 불펜 모두 어정쩡한 외국인선수 션 헨을 퇴출시키며,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야수 쪽도 가능성 있는 선수를 꾸준히 밀어보자는 생각이다. 그 첫번째 작품이 바로 오선진이다.
오선진은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26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부터 수비 좋은 유격수로 평가받았던 오선진은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기회를 부여받았다. 첫 해 46경기 출전에서 이듬해 79경기, 2010년엔 108경기에 나서면서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하지만 오선진은 이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5월 초 1군에 복귀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재야에 있던 김용달 타격코치가 영입됐다.
김 코치는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집중지도했다. 오선진 역시 그 수혜자였다. 조금씩 타격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경기에 빠지는 날은 점점 줄어들었다. 비록 하위타순이었지만, 꾸준히 선발 출전하는 기회를 잡았다.
7월 들어 오선진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월간 타율에서 3할8푼2리를 기록하며, 꿈의 4할을 향해 뛰고 있는 선배 김태균(3할9푼3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최다안타는 1위(26개)였다. 결국 후반기 들어서는 붙박이 1번타자로 나오고 있다. 한 감독에게 오선진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믿음이 생긴 것이다.
한대화 감독은 오선진의 맹타에 대해 "김용달 코치가 밀착 지도하는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또다른 이유는 없을까. 그는 "선진이 본인이 캠프 때부터 올해도 못 하면 군대에 가겠다고 하더라. 마음가짐이 강했다. 2차 드래프트로 내야수 임익준 이학준이 온 것도 자극제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오선진 역시 김 코치와의 훈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 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것과 타이밍을 맞추는 건 본인 스스로도 확 달라졌다는 걸 느낄 정도. 두가지가 원활히 되니 임팩트 순간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한다.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당면 과제다. 오선진은 "관건은 체력이다. 원래 체력에는 자신 있는데 요즘 무더위는 정말 힘들다"며 "예전과 달리 1번타자로 나가 경기를 풀로 뛰니까 체력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낯선 포지션이었던 3루는 어떨까. 오선진은 고교 때 유격수를 봤고, 프로에 온 뒤로도 2루수와 유격수로 많이 나섰다. 3루수 출전도 꾸준히 있었지만, '임시' 성격이 강했다.
오선진은 "이젠 3루수가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강습타구는 큰 문제가 안된다. 빗맞은 타구가 더 어렵다. 처음엔 갑작스런 타구에 대처해 스텝 맞추는 게 어려웠다"며 "하지만 수비 위치가 고정되고 나니 이젠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한화의 1번타자 겸 주전 3루수에 고정된 오선진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오선진 역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찾은 듯 훨훨 날고 있다. 한 감독은 "역시 자리를 고정시키니 잘 한다. 올해 뿐만이 아니라 꾸준히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화 리빌딩의 첫번째 작품, 오선진이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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