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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에 아들이 태어났다. 삼성 박석민(27)은 상무 시절 두 살 연상의 누나(이은정씨)와 눈이 맞았다. 그 결과, 애가 아기를 낳았다. 어린 부모도 놀랐고, 주변 사람들도 뒤집어 졌다.
와이프의 말을 잘 따른 걸까. 박석민이 이번 시즌 지금까지 보여준 타격감은 프로 데뷔 이후 최고라고 볼 수 있다. 타점 2위(53개), 홈런 3위(15개), 출루율 3위(0.429), 최다 안타 4위(74개), 타율 5위(0.323)로 타격 전 분야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박석민의 영양가가 가장 돋보인 건 시즌 결승타 선두다. 8개로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 중이다. 그의 집중력이 가장 돋보였다고 볼 수 있다.
4월 출발이 좋았던 박석민은 지난달 2할6푼대까지 타율이 떨어졌다. 급한 마음에 나쁜 공에 자꾸 손이 나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랬던 그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금방 밸런스를 잡고 6월에만 홈런 8개와 타율 4할4푼1리를 쳐 시즌 타율을 3할대로 훌쩍 끌어올렸다.
박석민은 최근 몇년간 계속 안 좋았던 왼손 중지가 아프지 않아 살 것 같다고 했다. 한창 아플 때는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지난 2월초, 오키나와 전지훈련 전 찾아간 나고야의 한 정형외과에서 맞은 주사 효과를 봤다. 박석민은 2010년 11월 왼손 중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후 수많은 주사를 맞아도 아팠던 중지가 그 주사를 맞은 후 지금까지 멀쩡하다고 했다.
김한수 삼성 타격코치는 "박석민이 건강하다면 시즌 30홈런과 100타점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석민은 시즌 전 류중일 삼성 감독과 100타점을 놓고 내기를 했다. 95~100타점은 무승부, 101타점 이상이면 류 감독이 박석민에게 거액(미공개)을 준다. 94타점 이하면 반대로 박석민이 류 감독에게 주어야 한다. 지금 페이스라면 100타점을 넘어설 수 있다.
이 성적에 만족하면 나는 늙은 것이다
대구고를 졸업한 박석민은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여러 지도자들로부터 들었다. 2009년 개인 최다인 24홈런, 2010년에는 처음으로 타율 3할(3할3리)도 쳐 봤다. 그렇지만 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박석민 보다 2011년 홈런왕 최형우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또 박석민은 '그라운드의 개그맨'이라는 웃기는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보는 면도 있었다.
요즘 박석민의 방망이는 미쳤다는 표현이 딱 맞다.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4할(20타수 8안타), 2홈런, 7타점, 출루율 5할2푼을 기록했다. 4번 타자 이승엽이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5번 박석민이 경기를 잘 풀어주고 있다.
그는 올해 달라졌다. 마냥 웃는 얼굴로 몸개그를 했던 박석민이 아니다. 이런 말까지 했다. "이 정도 성적이면 됐지 하는 순간, 저는 늙은 겁니다. 더 노력하고 잘해야 됩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