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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가 미친 박석민 "만족하는 순간, 늙은 거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6-26 06:40


박석민과 아들 준현군. 스포츠조선DB

21세에 아들이 태어났다. 삼성 박석민(27)은 상무 시절 두 살 연상의 누나(이은정씨)와 눈이 맞았다. 그 결과, 애가 아기를 낳았다. 어린 부모도 놀랐고, 주변 사람들도 뒤집어 졌다.

박석민과 아내 이씨를 놀라게 만들었던 아들 준현군(6)은 벌써 유치원생이 됐다. 동거 이후 2009년 결혼식을 올렸다. 남들은 생각지도 못할 나이에 가장이 돼 버린 박석민은 올해 삼성의 '신(新) 해결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아들이 개미에게 오렌지 쥬스를 주다가 그만 개미를 익사시켜서 운 일이 있다"고 했다. 그런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서 아버지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석민은 시즌 전 "아내가 경기에 좀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럼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날 게 분명하다고 자주 조언했다"고 말했다.

결승타의 사나이

와이프의 말을 잘 따른 걸까. 박석민이 이번 시즌 지금까지 보여준 타격감은 프로 데뷔 이후 최고라고 볼 수 있다. 타점 2위(53개), 홈런 3위(15개), 출루율 3위(0.429), 최다 안타 4위(74개), 타율 5위(0.323)로 타격 전 분야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박석민의 영양가가 가장 돋보인 건 시즌 결승타 선두다. 8개로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 중이다. 그의 집중력이 가장 돋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맞은 신기한 주사, 고질적인 중지 통증이 사라졌다

4월 출발이 좋았던 박석민은 지난달 2할6푼대까지 타율이 떨어졌다. 급한 마음에 나쁜 공에 자꾸 손이 나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랬던 그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금방 밸런스를 잡고 6월에만 홈런 8개와 타율 4할4푼1리를 쳐 시즌 타율을 3할대로 훌쩍 끌어올렸다.

박석민은 최근 몇년간 계속 안 좋았던 왼손 중지가 아프지 않아 살 것 같다고 했다. 한창 아플 때는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지난 2월초, 오키나와 전지훈련 전 찾아간 나고야의 한 정형외과에서 맞은 주사 효과를 봤다. 박석민은 2010년 11월 왼손 중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후 수많은 주사를 맞아도 아팠던 중지가 그 주사를 맞은 후 지금까지 멀쩡하다고 했다.

김한수 삼성 타격코치는 "박석민이 건강하다면 시즌 30홈런과 100타점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석민은 시즌 전 류중일 삼성 감독과 100타점을 놓고 내기를 했다. 95~100타점은 무승부, 101타점 이상이면 류 감독이 박석민에게 거액(미공개)을 준다. 94타점 이하면 반대로 박석민이 류 감독에게 주어야 한다. 지금 페이스라면 100타점을 넘어설 수 있다.

이 성적에 만족하면 나는 늙은 것이다

대구고를 졸업한 박석민은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여러 지도자들로부터 들었다. 2009년 개인 최다인 24홈런, 2010년에는 처음으로 타율 3할(3할3리)도 쳐 봤다. 그렇지만 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박석민 보다 2011년 홈런왕 최형우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또 박석민은 '그라운드의 개그맨'이라는 웃기는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보는 면도 있었다.

요즘 박석민의 방망이는 미쳤다는 표현이 딱 맞다.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4할(20타수 8안타), 2홈런, 7타점, 출루율 5할2푼을 기록했다. 4번 타자 이승엽이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5번 박석민이 경기를 잘 풀어주고 있다.

그는 올해 달라졌다. 마냥 웃는 얼굴로 몸개그를 했던 박석민이 아니다. 이런 말까지 했다. "이 정도 성적이면 됐지 하는 순간, 저는 늙은 겁니다. 더 노력하고 잘해야 됩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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