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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시도했다. 성공률도 으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LG는 대타 타율이 1할7푼(171타수 29안타)에 그쳤다. 8개 구단 중 밑에서 두번째였다. 올시즌 대타가 기록한 22안타는 벌써 지난해 수치에 육박하고 있다.
9회말 2사 만루, 그런데 카드가 없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으로 LG의 패배였다. 다음날 김 감독은 이런 말을 꺼내놓았다. "앞서 있을 때 정의윤을 섣불리 대수비로 내보낸 나의 실수였다." 서동욱이 우타석에서 배트스피드가 느려 바꿨다는 게 대타 작전을 낸 요지였지만, 중요한 대목은 정의윤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대타에 대한 김 감독의 지론을 엿볼 수 있었다.
며칠 뒤, 김 감독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만약을 대비해 마지막 무기를 남겨놔야 한다"고 했다. 이기고 있다고 안주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에 끝까지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쥐고 있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다 써버린 지난 12일 경기를 복기하면서 많이 배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전급 선발 제외? 두마리 토끼 잡는다
학습 효과였을까. 김 감독은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역으로 패를 쥐고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첫 경기 때는 4번타자 정성훈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체력 안배가 목적이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정성훈을 내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정성훈은 대타로 나선 타석에서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이후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추격의 선봉장에 섰다.
다음 날에는 '큰' 이병규(배번9)와 박용택이 그 역할을 했다. 첫 경기를 4시간52분 혈전 끝에 무승부로 마친 탓에 고참급 선수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둘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려냈다. 득점으로 연결시키거나, 직접 타점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주전 선수들의 선발라인업 제외는 체력 안배와 함께 대타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를 주고 있다.
페넌트레이스는 133경기의 장기 레이스다. 주전 멤버들이 쉼없이 끝까지 완주해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베테랑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LG 역시 베테랑 선수들이 타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곧 모두가 힘들어하는 7,8월이 온다.
김 감독은 최근 이름값을 떠나 가능성 있는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유연한 운영도 선보이고 있다. 1,2군 간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엔트리 활용폭을 넓혔다. 2군 선수도 다음날 곧바로 1군에 올라와 주전으로 나선다. 그만의 대타론과 함께 엔트리를 120%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항상 나무 한 그루보다는, 숲을 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미 그의 눈은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에 향해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표> 8개 구단 대타 성적(18일 현재)
팀=대타 타율=타수=안타
LG=2할9푼7리=74=22
SK=2할7푼3리=44=12
두산=2할4푼2리=66=16
KIA=2할3푼3리=30=7
롯데=2할=45=9
넥센=1할9푼7리=66=13
한화=1할9푼3리=88=17
삼성=1할9푼1리=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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