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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고 난 뒤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지난 11일 넥센전에서 12일 만에 등판해 5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부러 건너뛰었다가 효과를 제대로 봤다.
여기에 에이스 류현진이 빠진 상태라 유일한 선발진 희망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터라 이 정도의 막중한 책임감 쯤은 즐길 수 있다.
박찬호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처음 만나는 상대다. 그동안 상대 7개팀 가운데 SK만 로테이션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말 최고의 빅게임이다. SK가 선두를 달리는 강팀이어서 뿐 아니라 박찬호 개인적으로, 팀을 위해서 넘어야 할 2가지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학구장 트라우마 넘어라
정확히 3개월전이다. 박찬호 입장에서 문학구장에서의 아쉬운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3월 14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SK와의 연습경기에서 박찬호는 모든 관심의 시선을 받았다. 국내 복귀 이후 처음 가지는 실전 등판이었다. 연습경기인데도 사상 처음으로 구름관중이 몰려들 정도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당시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내민 뒤 마운드를 일찍 내려왔다. 이후 박찬호는 역시 나이 때문에 한국에서 통하기 힘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시범경기 기간 보충준비를 마친 뒤 막상 시즌에 돌입하자 '명불허전'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연착륙했다. 이번에 3개월전의 아쉬움을 되갚아야 한다. SK전을 맞이하는 박찬호의 처지도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3개월전 박찬호는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부쩍 사기가 오른 상태였다. 귀국 직전 연습경기에서 호투행진을 하는 등 스프링캠프 동안 한화 투수진 가운데 가장 준비가 잘됐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때 하강세를 타는 듯 했다가 장기간 휴식을 취한 뒤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든든한 자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날씨다. 지난 3월 박찬호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등판해 추위 때문에 피칭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가 기승이다. 박찬호는 더위로 인한 고충을 토로한 적은 없다. 이제 3개월 만에 다시 서는 문학구장 마운드에서 '그때는 말 그대로 연습이었다'는 사시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의 팀을 구하라
한화는 올시즌 지독한 SK 징크스에 걸렸다. 14일 현재 SK와 경기에서 6전 전패로 유일하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SK가 박빙의 차이로 선두행진을 하는데 '보약' 노릇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지난해에도 SK와의 상대전적 7승12패로 재미를 본 것은 아니지만 롯데, LG전(이상 6승1무12패) 보다는 승률이 나았다. 이른바 '호구잡힌다'는 말처럼 어수룩하고 만만한 상대로 한번 고약하게 굳어지면 좀처럼 풀기 힘들다. 그래서 한화로서는 SK의 덫에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중차대한 책무를 박찬호가 짊어지게 됐다. 지난 6차례 맞대결을 복기하면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첫 3연전까지만 해도 그런데로 괜찮았다. 초반 1, 2차전에서 한화는 모두 0대1로 패했다. '타선이 조금만 받쳐줬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석패였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4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기록한 자책점이 모두 25점에 이른다. 선취점을 냈다가 역전패 한 것은 1차례에 불과했고, 나머지 5경기 모두 기선제압에 실패하며 맥없이 끌려다녔다. 현재 한화 타선은 다시 침체기에 빠졌다. 반면 SK는 최근 1주일새 팀타율(2할9푼3리)이 시즌 평균(2할5푼5리)을 크게 상회했고, 8개 구단중 가장 많은 홈런(9개)을 집중하는 등 상승세다. 결국 박찬호는 SK전에서 극심했던 한화 선발진의 초반 실점을 최대한 줄이며 버텨야 한다. SK 타선이 제법 막강해졌지만 희망이 있다. 박찬호는 지난 10경기에서 승리요건을 갖추는 5이닝까지 총 18자책점을 기록했다. 1∼3회까지의 피안타율(0.234)과 피출루율(0.339)도 4∼6회까지 기록(피안타율 0.294, 피출루율 0.365)보다 낫다. 특히 박찬호는 이번 경기가 원정이라는 게 되레 유리하다.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홈(4.99)보다 원정(2.74)에서 월등하게 좋았다. 한화 선발 가운데 피홈런이 가장 적다(2개)는 사실도 홈런기세가 오른 SK에 맞서 믿는 구석이다. 박찬호가 SK 징크스를 풀어준다면 팀도 살아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