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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인 페이크번트 앤 슬러시 그후 "백업에 만족 못해"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6-10 09:20 | 최종수정 2012-06-10 09:20


삼성 손주인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4.18/

프로 11년차, 올해 나이 29세 손주인(삼성)의 현재 위치는 백업 내야수다. 동갑 조동찬(29)이 부상을 털고 1군으로 올라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손주인은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시즌 초반 조동찬과 신명철(34)이 동시에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출전 기회가 확 줄었다. 손주인은 요즘 대타 또는 대수비로 얼굴을 잠깐씩 내밀고 있다.

9일 인천 SK전에서도 손주인은 대타로 나섰다. 심적으로 압박이 심한 상황이었다. 2-4로 뒤진 9회말 무사 1,2루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라인업에 있던 채태인 대신 손주인을 불렀다. 강공 대신 번트 작전을 선택한 걸로 생각했다. 류 감독은 방망이를 들고 타석으로 들어가는 손주인에게 직접 다가가 귓속말로 주문했다.

대부분이 번트를 댈 거라고 봤다. 그런데 손주인은 SK 마무리 정우람의 초구를 과감히 휘둘렀다. 좌전 안타였다. 무사 만루가 됐다. 이후 삼성은 상대 수비수(최 정) 실책과 김상수의 기습 번트가 성공하면서 5대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패색이 짚었던 삼성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손주인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fake bunt & slush)'였다. 번트를 하는 척 하다가 강공으로 바꾸는 위장 전술이 제대로 먹혔다.

류 감독은 승리한 후 방송 인터뷰에서 "손주인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런데 예전부터 상대 수비가 100% 번트 시프트로 나올 땐 번트하는 척하다가 타격을 하는 것으로 약속이 돼 있었다"면서 "손주인이 잘 대처했다"고 선수에게 공을 돌렸다.

손주인의 얘기는 조금 달랐다. 그는 "감독님이 대타인 저에게 첫번째로 번트 임무를 준 것은 맞다. 그러면서 상대가 시프트를 하면 적절하게 대처를 하라고 두번째 임무를 주셨다"고 했다. 감독은 선수가 잘 했다고 칭찬했고, 선수는 다시 감독의 주문을 따랐을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타석에 선 손주인은 SK 3루수 최 정이 홈쪽으로 전진하고, 유격수 최윤석이 3루쪽으로 붙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봤다. 그런데 최윤석이 위장 시프트 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 찰나에 정우람의 초구가 들어왔고 방망이를 돌린게 안타가 됐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손주인은 그동안 팀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시즌 초반 2루수 주전으로 나갈 기회를 많이 잡았다. 조동찬과 신명철이 각각 옆구리와 손목을 다쳐 1군에서 빠져 있었다. 그런데 수비 실책을 했고, 타격에서도 한방을 쳐주지 못했다. 그는 "복을 찬 거 같아서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 팀 모두에게 미안했는데 그나마 이번에 중요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데 보탬이 된 거 같아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었다"고 했다. 현재 삼성의 2루수 주전은 조동찬이다. 신명철은 2군에서 1군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손주인은 올해를 야구 인생의 전환점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내 위치는 주전 선수 보다 지금의 내 역할만 잘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욕심을 내서라도 주전으로 나가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첫번째 기회는 놓쳤다. 하지만 두번째 기회가 또 올 것이다.


손주인은 "외아들인 나를 어렵게 뒷바라지해준 어머니를 위해서도 두번째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더이상 백업 선수로 그칠 수 없다"고 했다.

손주인은 2002년 삼성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24순위로 프로 입단했다. 아직 한 시즌도 주전으로 풀타임 활약한 적이 없다. 이번 시즌엔 37경기에 출전, 타율 2할2푼2리, 7타점을 기록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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