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를 유심히 쳐다보던 상대 포수들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좋은 포수는 바로 뒤에서 타자들이 타석에 서있는 자세만 보고서도 정보를 얻는다. 적극적인 스윙 의사가 있는지, 혹은 안쪽과 바깥쪽 가운데 어느 한곳을 노리는 게 티가 나는 지, 타격폼의 특성상 몸쪽 공은 전혀 칠 수 없다는 게 보인다는 지 등 알게모르게 여러 정보가 타석의 타자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대호가 높은 몸값을 받는 외국인타자이기 때문에 더욱 견제받은 것일 수도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외국인타자에게,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에 적시타나 홈런을 맞을 경우 감독에게 심하게 혼나곤 한다. 차라리 볼넷을 줄 망정, 외국인타자에겐 적시타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강하다. 포수가 처음 접하는 이대호를 그만큼 경계심을 갖고 대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프로야구 특유의 관찰력 때문에 이대호도 초반엔 고전했다. 하지만 워낙 기본이 있는 타자인데다 성격 또한 낙천적이기 때문에 이대호는 결국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LG 김기태 감독은 "대호는 잘 웃고, 안 좋은 일 있어도 쓰윽 넘길 수 있는 타자라서 마인드의 강점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은 약간 달라진 상황이다. 이대호가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하면서, 이제는 상대 포수들이 바깥쪽을 많이 주문하고 있다. 야구에선, 일단 큰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바깥쪽으로 승부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만큼 이대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대호를 아래 위로 훑어볼 여유를 보이는 것 대신, 이젠 벤치 혹은 투수와의 사인 교환이 더 급해진 것이다.
이대호가 왼쪽 장딴지를 다쳤다는 일본발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28일 요코하마 DeNA와의 경기에서 10호 솔로홈런을 터뜨리기 직전, 3구째 파울타구에 왼쪽 장딴지를 맞았다. 롯데 시절부터 9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이란 좋은 결과물이었지만, 한편으론 부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대호 스스로 꽤 큰 통증을 호소했다고 일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따로 병원 검진을 받진 않을 예정이다. 교류전의 휴식일인 29일 이대호도 하루를 쉬었다. 30일부터 주니치와 경기를 갖는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