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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NBA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마이애미의 우승 여부다.
2년 전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르브론 제임스는 마이애미 행을 선언했다. 이미 마이애미에는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 드웨인 웨이드가 버티고 있는 상황. 2005~2006시즌 샤킬 오닐과 함께 마이애미를 우승으로 이끌고 챔프전 MVP를 받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기에 토론토 랩터스의 에이스인 올스타급 포워드 크리스 보시까지 가세했다. 당시 NBA 팬이나 전문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르브론 제임스의 존재감만으로도 팀을 우승전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 여기에 웨이드와 보시가 가세하면서 마이애미의 우승은 대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르브론 제임스가 우승으로 가는 너무 쉬운 길을 택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마이애미의 독주로 NBA의 흥미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마이애미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우여곡절이 많다. 당연히 우승할 거라고 예상했던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댈러스에 2승4패로 패했다. '빅3'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고, 팀의 화학적 결합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여기에 상대 에이스 덕 노비츠키를 비꼬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노비츠키는 독감증세를 보이며 투혼을 불살랐다. 그런데 웨이드와 제임스는 카메라가 비치는 상황에서 노비츠키의 독감이 엄살이라는 포즈를 취하며 맹비난을 받았다.
올 시즌 '빅3'는 심기일전했다. 단축시즌에 의한 빡빡한 스케줄때문에 웨이드와 보시가 잔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강철같은 내구성을 자랑하며 팀을 동부 컨퍼런스 2위로 이끌며, 개인통산 세번째 MVP를 차지했다. 얇은 백업 선수층때문에 정규리그에서는 고전했지만, 전력의 100%를 쏟아부어야 하는 플레이오프에서 마이애미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행운도 있었다. 동부 1위이자 라이벌 시카고 불스는 에이스 데릭 로즈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 올랜도 매직 역시 최고의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가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상황이었다. 마이애미의 챔프전 무혈입성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골밑의 핵심인 크리스 보시가 인디애나와 동부 컨퍼런스 4강 플레이오프(7전4선승제) 도중 복부근육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현재 상태를 보면 4강 뿐만 아니라 동부 결승에서도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차전에서 95대86으로 완승을 거뒀던 마이애미는 16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2차전에서 75대78로 패했다. 보시의 공백을 메우기 어려웠다. 마이애미 에릭 스폴스트라 감독은 "보시는 대체불가능한 선수"라고 항상 말해왔다. 골밑이 중요한 농구. 보시는 마이애미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득점은 주로 제임스와 웨이드가 했지만, 골밑의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보시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특히나 마이애미는 강력한 센터가 없는 상황. 미세한 골밑약점을 가지고 있는 마이애미의 입장에서 보시의 전열이탈은 사실상 재앙이다.
이날 마이애미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40대50으로 완파했다. 보시 대신 골밑을 책임진 로니 튜리아프와 우도니스 하슬렘은 총 7득점에 그쳤다.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은 선수는 제임스(9개)였다. 반면 인디애나는 올스타 센터 로이 히비트(8득점, 11리바운드) 데이비드 웨스트(16득점, 10리바운드)가 골밑을 장악했다.
그래도 마이애미가 강하긴 했다. 제임스는 28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웨이드는 24득점, 6리바운드를 올렸다.
문제는 밸런스다. 인디애나는 내외곽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 반면, 마이애미는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악영향을 미쳤다. 마이애미의 공격루트는 너무나 단순해졌고, 인디애나는 마이애미의 파괴적인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제임스와 웨이드는 기계가 아니었다. 후반들어 공수의 부담때문에 체력저하가 있었던 두 선수는 미세한 실수를 했다. 웨이드는 평범한 레이업 슛 찬스를 놓쳤고, 제임스는 승부처에서 자유투를 모두 놓쳤다. 이런 미세한 차이가 두 팀의 승패를 갈랐다.
결국 1승1패 동률. 무혈입성이 예상됐던 마이애미의 길에 커다란 암초가 놓였다. 인디애나는 올 시즌 리빌딩을 완성하면서 조직력과 선수단의 사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팀이다. 그만큼 끈질기면서도 만만치 않은 농구를 구사한다. 설사 인디애나를 넘어 챔프전에 당도한다고 해도, 보시없이는 우승확률이 현격히 떨어진다. 마이애미의 우승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