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소심증' 김시진과 '강심장' 김병현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5-16 08:56


8일 목동 LG전에 중간계투로 나서 공을 뿌리고 있는 넥센 김병현.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한참 뜸을 들이더니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넥센 히어로즈 김병현이 18일 삼성과의 주말 목동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선발로 나설 때마다 만원 관중을 몰고 다니는 한화 박찬호에 이어 또 하나의 흥행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당장 삼성 이승엽과의 맞대결이 흥미로울 것 같다. 김병현의 컨디션과 투수 로테이션 등을 고려를 했겠지만, 주말 홈 3연전의 첫 경기 등판은 흥행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어차피 김병현의 선발 등판은 시기가 문제였지 예정된 것이었으니 놀랄 일이 아니다. 김병현은 지난 8일 LG전(1이닝 3안타 1실점)에 첫 선을 보인 후 다음 일정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등판 시기를 둘러싼 김시진 감독과 김병현의 전혀 다른 접근법이 재미있다. 감독은 고민을 머리에 쌓아두고 전전긍긍하는 소심증 환자같고, 오히려 당사자인 김병현은 대수롭지 않은 듯 여유롭다.

김병현은 14일 롯데전에 앞서 부산 사직구장에서 불펜투구에 나서 90개를 던졌다. 당초 김병현은 지난 주말 SK와의 3연전 중 1경기에 등판해 최종 점검을 하고, 롯데전 때 불펜투구를 한 뒤 18일 경기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주말 3연전이 모두 1~3점차 승부가 되면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김시진 감독은 누차 점수차가 크게 날 때 김병현을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9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LG전. 김병현이 덕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목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어쨌든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러면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예정대로 18일 경기에 선발로 내던지, 당초 구상한대로 선발 등판 시기를 늦춰더라도 한 번 더 중간계투로 던지게 한 뒤 마운드를 맡기면 된다.

그런데 김시진 감독은 끝까지 전전긍긍했다. 15일 롯데전 시작 전까지만 해도 "18일 선발 등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내 입으로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경기 전에 양승호 롯데 감독과 몇몇 야구인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김시진 감독은 15일 경기에서 9대2로 이기자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김병현의 선발 등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마치 중대사를 어렵게 결정한 것 같은 모양새다.

신중한 성격이다보니 여러가지를 변수를 염두에 두고 꼼꼼하게 따져봤을 것이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병현이 최상의 상태에서 최상의 선발 데뷔전을 치를수있도록 여러가지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다. 팬들에게 한시절 박찬호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스타 김병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김 감독이 자신이 그린 구상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에 끌려가는 게 아닌 의구심이 드는 것을 어떤 이유에서 일까. 자신이 내뱉은 말의 덫에 걸렸거나, 등판 날짜를 손꼽아 기다려온 김병현의 존재감을 의식해서 말이다.


11일 인천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SK의 경기에서 경기 전 넥센 김병현이 동료들과 함께 수비 훈련을 갖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정작 김병현은 그동안 자신의 등판이나 결과에 대해 대범했다. 2군 경기 등판 때는 "맞더라도 1군에서 던지고 싶다"고 했고, 8일 경기 결과가 안 좋았는데도 "재미있었다. 변화구를 테스트해봤다"며 웃었다. 김 감독의 걱정과는 달리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만했다. 무엇이든 정면돌파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당당함이다.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김병현도 기다림이 지루했을 것이다. 김 감독과 김병현, 전혀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둘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18일 넥센-삼성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