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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 외야 시프트, 무엇이 정답?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5-13 10:37 | 최종수정 2012-05-13 10:37


손아섭이 12일 대전 한화전 9회초 무사 만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역전 2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12/

임재철이 10일 잠실 SK전에서 9회 끝내기 3루타를 날린 뒤 기뻐하는 모습.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5.10/

거포가 날린 큼직한 타구. 펜스를 직격할 듯 날아가지만 어느새 외야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교타자의 직선 안타성 타구. 외야수가 잰 걸음으로 달려와 글러브에 공을 넣는다. 안타를 기대했던 팬들을 실망시킨 주범은 외야 시프트다. 시프트는 통계에 따른 움직임이다. 특정 타자의 비거리, 타구 방향 분포도를 정밀 분석해 길목을 차단한다. 투수의 컨디션과 제구력, 스피드도 미세한 영향을 미친다.

밀어치기에 능한 KIA 김선빈은 "수비진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작년에는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은 그냥 수비 없는 셈 치고 밀어친다"며 최근 상승세를 설명한다. 시프트는 타자에게 극복 대상이지만 때론 의외의 빈 공간을 만들어 행운의 안타를 선사하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시프트 결정은 끝내기 등 극단적인 승부처 상황이다. 시프트는 확률이다. 포기에 대한 대가가 있다. 적은 확률 쪽은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 2루주자를 막기 위한 전진 수비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일 잠실경기. 4연패 중이던 두산은 9회말까지 7-8로 지고 있었다. 2사 1,2루. 임재철 타석에 SK 외야진은 짧은 안타 시 2루 주자를 홈에서 잡기 위해 약간 전진 수비를 펼쳤다. 임재철은 정우람의 높은 체인지업을 힘껏 밀었다. 타구는 우중간으로 멀리 날았다. 타구 판단과 발이 빠른 김강민이 열심히 따라갔지만 딱 한 뼘 차로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이 흘러버렸다. 역전 3루타. 전진수비가 아니었다면 김강민이 잡아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타구였다.

다른 경우도 있다. 12일 대전경기. 2-4로 뒤진 롯데가 9회초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손아섭, 투수는 바티스타. 한화 외야진은 전진수비 대신 정상수비를 택했다. 최악의 경우 동점을 내주더라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견수 양성우가 판단 미스를 했다. 손아섭의 잘 맞은 직선 타구에 스타트를 앞으로 끊었다. 급히 다시 뒤로 뛰었지만 공은 머리 위를 넘넜다. 역전 3타점을 내주는 싹쓸이 2루타.

김성근 감독 시절 SK는 종반 1점 승부에서도 좀처럼 외야 전진 수비를 하지 않았다. 타자들이 강하게 치려고 하기 때문에 전진수비를 할 경우 외야수 머리 위로 공이 넘어가는 최악의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극한 상황 속 외야 시프트. 정답은 없다. 선택이 있을 뿐…. 외야 시프트는 타자의 컨디션과 투수의 제구력과 볼끝의 힘 등에 대한 순간 판단으로 이뤄지는 과학적 도박이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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