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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 애매한 용병 고민에 이중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5-10 05:21 | 최종수정 2012-05-10 06:24


9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기아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기아 선동열 감독이 주심의 볼판정에 항의한 후 들어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09/


KIA 선동열 감독이 2명의 외국인 투수 때문에 애매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선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설의 투수 출신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최고의 투수였던 그가 투수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당초 KIA가 구상했던 선발진은 윤석민-서재응-앤서니-박경태-라미레즈였다. 하지만 현재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는 윤석민 서재응 앤서니 뿐이다.

이들 가운데 박경태는 기대 이하여서 이미 2군으로 내려보냈고 어깨 부상이던 양현종은 이제 2군에서 막바지 점검을 마치고 1군 복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나마 실험삼아 선발로 기용했던 김진우가 9일 한화전에서 5년 만에 승리를 챙기는 등 부활을 알렸고, 3년차 젊은 피 심동섭을 임시 처방책으로 내세워 근근이 버텨가는 상황이다.

국내 선발자원만 생각해도 여전히 불안한 선 감독이다. 그런 그에게 외국인 투수마저 애매한 걱정을 안겨주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 감독은 "투수 출신인 내가 투수 때문에 고전하게 되니 더 답답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우선 라미레즈는 당초 구상에서 한참 빗나갔다. 선 감독은 라미레즈를 선발 자원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라미레즈는 좌완이 부족했던 KIA가 커다란 기대를 걸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다. 미국 메이저리그 애너하임 에인절스 등에서 뛰면서 메이저리그 통산 40승을 기록한 좌완 정통파로 147~148㎞대 빠른 볼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알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막상 데려다가 써보니 선발 체질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뛸 때 오랜기간 불펜에서 던졌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고사하고 나선 것이다.

선 감독은 "면담을 해봤지만 중간에서 던지는 게 더 편하다며 선발에 난색을 표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라미레즈는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5경기에서 구원과 마무리로 등판해 1승(1패)을 챙겼지만 평균자책점 7.71로 딱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한기주가 빠진 상황에서 마무리 자원으로라도 활용하고 싶지만 구위가 위력적이지 않아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게 KIA의 설명이다.

선 감독은 "이제와서 교체를 한다고 해서 능사도 아니고 갈 데까지 가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팀내 최다 선발승(2승2패)을 기록중인 앤서니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독특한 버릇때문에 선 감독을 불안케 한다. 투수 전문가인 선 감독이 앤서니의 지난 2승 과정을 관찰한 결과 5회 실점 징크스를 발견했다.

5회를 맞아 승리요건을 갖추게 됐다싶으면 괜히 혼자 들떠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앤서니는 지난달 14일 LG전(9대7 승)에서 시즌 첫승을 챙길 때 6-0으로 앞선 채 맞은 5회 4실점을 하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난 6일 넥센전(10대8 승)에서도 9-1로 앞선 5회 연속 3안타를 얻어맞으며 1실점을 했다. 초반 대량 득점에 또 마음이 들떴던 모양이다.

선 감독은 "희한하게 5회만 지나고 나면 원래 평정심을 되찾는다"면서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그런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겹겹이 애매한 상황에 처한 선 감독이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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